굵직한 경제정책 쏟아내지만 법률개정 뒷전…‘총선용’ 비판

입력 2024-01-14 19:00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새해 들어 쏟아낸 경제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 ‘1·10 부동산대책’ 발표에서 공개된 정책의 상당수는 법 개정이 없으면 현실화가 어렵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일단 발표하고 보자는 정부 움직임이 계속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0 부동산대책과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정책 중 상당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대표 사례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이다. 준공 후 30년이 지난 노후주택을 안전진단 승인 없이 재건축하려면 도시정비법을 개정해야 한다. 내년까지 준공하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아파트 제외)에 대해 취득세를 절반가량 낮춰주는 정책도 지방세법 개정 사안이다. 하지만 법 개정은 국회의 영역이라 현 여소야대 구도에서는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민간소비 촉진 대책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해 최대 20%의 추가 소득공제를 적용하거나 노후 자동차 교체 시 내는 개별소비세를 대폭 낮추는 등의 정책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안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경제정책방향 내 주요 제도 개편 사안 중 12건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종합부동산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을 고쳐야 한다.

야당은 협조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1·10 부동산대책을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대해서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계속된 감세 정책 기조로 재정의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고 논평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상반기에 정책 역량을 총집중하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1·10 부동산대책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 상당수 법 개정안 발의 시기를 ‘2~3월’로 못 박아둔 상황이다. 기재부 역시 사회간접자본(SOC)으로 배정된 정부 예산 26조4000억원의 65%, 60조원대 공공투자 계획 중 55%를 상반기 중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전부 상반기 집행률 기준으론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정책 속도전에 부처 간 엇박자가 나는 모습도 보인다. 기재부는 국토부와 달리 부동산 관련 세법 개정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뤄놨다.

실생활과 관련 있는 여러 정책이 실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정책은 지방세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국회 문턱을 못 넘기면서 여전히 표류 중이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