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부부싸움을 하던 중 3세 딸을 끌어안은 채 몸싸움을 한 남편이 아동학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의 약식기소에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1심 법원도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6부(재판장 신흥호)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A씨에게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44)는 2022년 6월 19일 늦은 저녁 집에서 아내 B씨와 부부싸움을 했다. 그는 실랑이를 하다가 욕설을 했고, 아내가 녹음하려고 하자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아내는 휴대전화를 돌려달라며 A씨 바지를 붙잡았지만 그는 아내를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 아내의 휴대전화를 아파트 현관문 밖으로 던지기도 했다.
이들은 세살배기 딸이 거실에 앉아 있는데도 과격한 부부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분이 풀리지 않은 A씨는 딸을 끌어안은 채 재차 아내에게 달려들었다. B씨는 벽에 밀쳐져 다시 바닥에 넘어졌다. A씨는 몸싸움을 하다가 팔꿈치로 B씨의 이마와 배를 짓눌렀다.
결국 아내는 딸을 안고 집에서 도망쳤고 모텔에서 그날 밤을 보냈다. 싸움 당시 벽에 밀쳐지면서 머리를 다친 그는 다음날 병원에서 ‘두피 표제성 손상’ 진단을 받았다.
같은 날 여성 긴급전화 1366 인천센터를 찾았다. B씨는 상담을 받으며 남편의 폭행 사실을 털어놨고, 보름 정도 뒤 폭행 혐의로 남편을 경찰에 고소했다. 2개월 뒤에는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추가 고소장도 제출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벌금 100만원, 폭행 혐의로 벌금 15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A씨는 억울하다며 두 사건 모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아동학대 사건 재판에서 “아내를 폭행하지 않았고 딸을 학대한 적도 없다”며 “오히려 내가 일방적으로 (아내한테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는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이 당한 폭행뿐만 아니라 딸을 학대한 행위에 관해서도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의심 없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행위의 정도와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A씨가 아내를 폭행한 사건은 현재까지 인천지법에서 4차례 재판이 진행됐으나 아직 선고 공판은 열리지 않았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