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정적’인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한국 컵라면 ‘도시락’을 급하게 먹다 혀를 데었다며 시베리아 교도소 당국을 상대로 식사 시간 제한 폐지 소송을 제기했으나 거부당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법조뉴스 전문 통신사 ‘랍시(RAPSI)’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법원은 식사 시간과 도서 소지에 관한 교도소 규정을 폐지해달라는 나발니의 소송을 기각했다.
나발니는 교도소의 내부 규정에 수감자가 아침·저녁 식사로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 30분으로 제한한 문구가 있다며 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규정 때문에 아침은 10분, 저녁에는 15분으로 식사 시간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온라인 재판에서 “교도소 매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도시락’”이라며 “그것을 아무 제한 없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뜨거운 물로 만든 라면을 빨리 먹느라 혀를 데었다고 덧붙였다.
‘도시락’은 한국 브랜드 팔도의 컵라면으로 1991년부터 러시아에 수출됐다. 사각 용기가 특징인 이 라면은 러시아에서는 국민 라면으로 꼽힌다. 팔도에 따르면 ‘도시락’은 러시아 시장점유율 60%가 넘어 10년 동안 현지 라면 점유율 순위 1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나발니는 식사 시간뿐 아니라 도서 권수 제한 규정도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반 수감자들은 10권의 책을 소지할 수 있지만 반(反)정권 인사나 독방 수용자는 1권만 소유할 수 있다.
그는 종교 서적의 권수도 1권으로 제한하고 있어 자신의 종교적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며 “소련 시대의 반체제 인사들도 이보다 더 많은 책을 가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나발니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약 235㎞ 떨어진 멜레코보 제6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최근 시베리아 제3 교도소로 이감됐다. ‘북극의 늑대’라고 불리는 이 교도소는 모스크바에서 1900㎞ 떨어져 있으며 겨울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로 악명이 높다.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러시아 당국이 대선을 앞두고 그를 격리하기 위해 교도소 이감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