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초등생 납치한 40대男 구속기소…“억대 빚 갚으려고”

입력 2024-01-12 17:02
국민일보DB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생을 흉기로 협박해 납치한 4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재혁)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영리약취·유인 등 혐의로 백모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시 도봉구 한 아파트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생 A양을 흉기로 협박해 납치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당일 오전 8시40분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A양을 흉기로 위협하면서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간 뒤 손과 입, 눈 등에 테이프를 붙여 기둥에 묶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양에게서 빼앗은 휴대전화로 A양의 어머니에게 ‘오후 2시까지 현금 2억원을 준비하라. 아니면 딸을 볼 생각하지 마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백씨가 경찰 신고 상황 등을 확인하려 옥상을 잠시 떠난 틈을 타 A양은 오전 9시44분쯤 몸을 결박한 테이프를 끊고 탈출해 구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백씨 동선을 추적해 백씨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 당일 오후 5시15분쯤 자택에서 그를 긴급 체포했다.

백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입던 옷을 뒤집어 입거나 가방을 메기도 했으며, CCTV가 설치돼 있는 장소에선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갖고 있던 흉기도 본인 집 앞 부근에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백씨는 A양과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거주하는 주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장소를 정한 뒤 사건 당일 흉기와 청테이프 등이 든 가방을 들고 아파트 공용계단을 1시간가량 오르내리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며칠 동안 아파트 인근에서 보호자 없이 혼자 등교하는 어린이들이 많이 보였다”며 범행 장소를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학생 납치를 사전에 계획했다는 것이다.

백씨는 1억7000만원가량 되는 채무에 대한 압박감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지인에게 2억여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던 중 2심 선고를 앞두고 합의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생긴 빚 때문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계획적 범행임을 규명해 구속 기소하는 한편, 피해자와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심리치료 등을 적극 지원했다”며 “향후 피의자에게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