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칼부림 예고글’을 올려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음에도, 같은 사이트에 교도소 후기까지 작성하며 공권력을 조롱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영진)는 12일 협박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26)에게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선고하지 않았던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200시간도 명령했다.
앞서 A씨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중대 강력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칼부림 예고글을 올려 다수를 협박하고, 경찰력 낭비를 초래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어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자숙하지 않고 똑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구속된 뒤부터 집행유예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교도소 인기남’으로 불린 일을 쓰면서 유사 사건 피의자들과 견줘 자신의 처벌이 가벼운 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다만 “건전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으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정신 차려 건전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실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A씨는 지난해 8월 오후 6시56분쯤 춘천에서 칼부림하겠다는 제목의 글과 흉기 사진 등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하는 등 불특정 다수에게 공포심을 일으킨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수사 기관에서 “다른 사람들도 칼부림 예고글을 올리니까 재미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다른 혐의로 한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 외에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과 실제 범죄를 실현할 의지가 보이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하지만 A씨는 집행유예 선처를 받고 석방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구속 후기 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자신이 살인 예고글을 올려 교도소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수용자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인기남’으로 불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0월 말 “형이 너무 가볍다”고 항소하면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직후 ‘교도소에서 인기남’이라는 글을 올려 공권력을 조롱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후기가 논란이 되자 해명 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글을 장난스럽게 쓴 건 맞지만 반성을 안 한 건 아니다”며 “내 글이 퍼질지 몰랐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그냥 잘 지냈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고 나를 조롱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아무렇지 않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 장난식으로 적었다”고 항변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