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BTS 성지인 ‘이곳’에서 ‘BTS’가 사라진다

입력 2024-01-12 14:56 수정 2024-01-12 15:09
BTS의 앨범 ‘Butter’ 재킷 촬영 시설물을 재현한 강원도 삼척시 맹방해변.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에 있는 유명 관광지 ‘방탄소년단(BTS) 해변’에서 BTS 관련 조형물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가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조형물 철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맹방해변은 BTS ‘버터’ 앨범 재킷 촬영지로 이름을 알렸다.

12일 삼척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맹방해변 BTS 포토존에 설치돼 있던 조형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BTS 소속사 빅히트뮤직 측은 지난해 말 삼척시에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관련 조형물을 모두 철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빅히트뮤직은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이 추진하는 거리 조성 사업, 조형물·벽화 제작 등에 당사 소속 아티스트의 초상과 성명 등을 쓰겠다는 요청은 허가하지 않고 있다”며 “그럼에도 당사 허락 없이 조형물 등을 설치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지적재산권(IP)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척시는 2021년 7월 맹방해변에 BTS 버터 앨범 재킷의 콘셉트를 살려 촬영 당시의 조형물을 복원했다. 앨범 재킷에 등장했던 파라솔과 선베드, 비치발리볼대, 서핑보드 등을 그대로 설치했고, 이후 맹방해변은 BTS 팬클럽 아미(ARMY)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시는 BTS 포토존의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한국관광공사가 내비게이션, 카드사 매출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 강원권 중심 관광지 순위에서 맹방해변은 2020년 14위에서 2021년 6위로 껑충 뛰었다. 2021년은 BTS 버터 앨범이 발매된 해다. 포토존 설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2022년에는 3위까지 올랐다.

이 같은 효과를 본 삼척시는 2022년 5000만원을 투입해 추가 보수를 하기도 했다. 설치단계부터 현재까지 해당 포토존에 들어간 비용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빅히트뮤직 측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 관리의 어려움, 훼손 시 아티스트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 등의 이유가 있다”며 ‘BTS 해변’에도 예외 없이 철거를 요구했다.

삼척시 관계자는 “소속사 측과 촬영지 명칭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협의를 시도했지만, 워낙 강경한 입장이라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빅히트뮤직은 삼척시뿐 아니라 BTS의 지식재산권을 동의없이 활용한 사례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군 장병 소통 플랫폼인 ‘더캠프’ 운영사를 상대로 “BTS 멤버들의 초상·성명을 소속사 허락을 구하지 않고 서비스 전반에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또 광주 북구청이 BTS 멤버 제이홉의 이름을 딴 ‘제이홉 거리’를 조성하려 했지만, 소속사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