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산천어축제’ 어이할꼬… 채식단체 민원에 속앓이

입력 2024-01-12 14:26 수정 2024-01-12 15:27
강원 화천군 화천천에서 '2024 화천산천어축제'가 개막한 6일 얼음낚시터가 개장하자 이른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이 찾아 겨울낚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화천군의 지역축제인 ‘산천어축제’가 지난 6일 개막한 가운데 채식단체 등 전국 수십개 시민단체가 ‘동물학대를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1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국채식연합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여 ‘산천어축제 동물학대 중단, 채식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흰색 가면과 산천어 모양 모자를 착용한 참가자들은 산천어를 낚는 시늉을 하며 “산천어축제, 송어축제, 연어축제 등 동물을 오락과 유희의 대상으로 보고 동물들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죽이고 즐기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천군이 ‘동물학대’ 소지가 있는 산천어 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두가 육류 소비를 멈추고 채식을 시작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지난 7일에는 동물해방물결·환경운동연합 등 39개 시민단체가 화천군청 앞에 모여 산천어축제의 동물학대 프로그램을 규탄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는 “3년 전부터 화천군에 ‘고통을 느끼는 어류를 윤리적으로 대우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화천군은 무응답, 적반하장, 무변화로 일관해 왔다”며 “매년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대한민국 대표 겨울축제’라고 불리지만 동시에 동물에게 과도한 고통을 가하는 프로그램으로 비판받아 왔다”고 전했다.

신은성 새벽이생추어리 비질모임 활동가는 “화천 산천어축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학대, 감금, 착취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산천어를 한 곳에 가두어 도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맨손낚시, 얼음낚시, 산천어 운반, 먹이 수급, 등 축제 전반 과정이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했다. 사실상 산천어 축제를 폐지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이 같은 민원에 화천군청과 군민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2003년 시작된 산천어축제는 2006년부터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한 ‘지역 명물’이다. 강원도 내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화천군 입장에서는 뚜렷한 대안 없이 몇 안 되는 관광상품마저 폐지하라는 외지인의 요구에 응하기 쉽지 않다.

한편 이들 시민단체는 산천어 축제에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1만명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명운동을 개시하고 지난 7일까지 목표의 0.87% 정도인 876명이 서명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