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균 방지법 제정해야”…봉준호·김의성·윤종신 등 촉구

입력 2024-01-12 13:22
봉준호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 발표에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과 배우 김의성씨를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국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성명서에서 경찰이 고 이선균씨에 대한 내사 단계부터 3차 소환까지 언론에 수사 정보를 누설하고 사건 관계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화 ‘기생충’ 등으로 이선균과 호흡한 봉 감독과 배우 김의성씨, 가수 윤종신씨, 이원태 감독이 돌아가며 성명을 읽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의성씨는 “지난 12월 27일 한 명의 배우가 너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며 “그는 정식 입건된 이후 2개월여 기간 동안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 이선균 배우에게 가해진 인격 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며 “대중문화 예술인의 수사과정에서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고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뒤 KBS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됐는데, 어떤 경위로 이것이 제공됐는지 면밀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서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씨 등 영화계 종사자 2000여명이 동참했다.

이날 성명을 발표한 문화예술인연대회의에는 한국 영화감독조합과 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 방송연기자노동조합 등 20여개 대중문화예술단체가 참여했다.

연대회의 측은 정부와 국회에 문화예술인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 보호를 위해 법령을 점검해 달라며 ‘고 이선균 방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