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공수처로 반송…공수처 “안 받겠다”

입력 2024-01-12 12:30 수정 2024-01-12 13:01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한 감사원 고위 간부 뇌물 혐의 사건을 검찰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수처로 돌려보냈다. 공수처는 “검찰이 일방적으로 근거도 없는 조치를 취했다”면서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2일 “공수처로부터 송부받은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 수수 등 사건’의 관계 서류와 증거물 일체를 다시 공수처에 이송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공소 제기한 사건을 검찰이 반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수사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반송 이유로 꼽았다.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형사5부에 배당해 수사 기록의 증거 관계와 법리를 면밀히 검토했다”면서 “현재까지의 공수처 수사 결과만으로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사실 관계에 대한 증거 수집과 관련 법리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직접 보완 수사를 하지 않고 공수처에 사건을 돌려보낸 이유에 대해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고려했다”면서 “공수처에서 추가 수사를 진행해 증거를 수집하거나 법리를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즉각 반발하며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법에 따라 해당 사건을 수사한 뒤 공소 제기를 요구하면서 사건 수사 기록과 증거물 등 일체를 검찰에 송부했다”면서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자체 보강 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 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이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고 판단해 접수 거부했다”면서 “일방적인 검찰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24일 감사원 3급 공무원 김모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하며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했다.

김씨는 감사 대상인 기업으로부터 자신이 차명으로 설립한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게 하고 그 대금 명목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았다.

감사원 전입 후 주로 건설·토목 분야 감사 부서에 있었던 김씨는 감사 대상 기업인 건설 시공사 및 토목 공기업 측에 A업체와의 전기공사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민간 기업과 공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뇌물은 총 15억 8000여만원인 것으로 공수처는 파악했다.

공수처 수사는 감사원이 지난 2021년 10월 내부적으로 김씨의 비위 정황을 포착, 수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공수처는 앞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공수처는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에 대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외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은 가지고 있지 않아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기소를 요구해야 한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