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물범·물개 ‘떼죽음’… 조류인플루엔자 탓

입력 2024-01-12 00:03
북방코끼리표범. 미국수산청 홈페이지

남극에 사는 물범과 물개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영국 동식물보건국(APHA) 연구팀은 최근 남대서양의 영국령 사우스조지아섬에 서식하는 코끼리물범과 물개의 H5N1 감염을 확인했다고 현지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사우스조지아섬에서는 물범이 떼죽음을 당하고 많은 물개가 조류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다.

APHA 인플루엔자·조류바이러스학팀은 사우스조지아섬에서 조류인플루엔자에 양성 반응을 보인 샘플을 수집했다. 조사에 참여한 과학자 마르코 팔치에리는 “현장에서 코끼리물범 약 20마리가 폐사한 것을 봤다”고 말했다. 다른 물개들도 기침, 재채기, 콧물 등 조류인플루엔자의 호흡기 증상을 보였다고 그는 전했다.

팔치에리는 사우스조지아섬에서 죽은 개체 수는 약 100마리다. 주로 물개보다는 코끼리물범이 이 병에 취약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문제는 포유류에 적응하는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조류 바이러스가 포유류에게도 적응해 결과적으로 인간에게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지난달에도 알래스카에서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북극곰이 폐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페루와 칠레에서도 바다사자 약 2만 마리가 조류인플루엔자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APHA의 바이러스 학자 애슐리 반야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남극에서 계속 확산한다면 바닷새와 바다 포유류를 비롯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