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또 한 번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강제 동원 피해자인 고(故) A씨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일본제철은 유족에게 합계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A씨는 1943년 3월 전북 김제의 역전에서 강제로 차출돼 가족과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일본으로 끌려갔다.
그는 규슈의 일본제철 야하타 제철소에서 강제 노동을 했으나 월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듬해 4월 일본군에 배치됐고, 패전 이후 귀국했다. A씨는 2012년 사망했다.
유족은 2015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1심에서 일본제철이 A씨 유족 3명에게 위자료 총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제철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대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A씨 유족의 청구권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1일 다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별건으로 진행한 소송과 같은 맥락에서 판결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처음 최종 승소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사유’가 있었으므로, 이들의 청구권이 시간이 지나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2018년 판결 이후 피해자들이 제기한 ‘2차 소송’ 중 하나다. 최근 이러한 2차 소송에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연이어 승소하고 있다.
다만 일본 기업들이 배상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유족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유족들에게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대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이 하급심에서 강제집행정지 담보 성격으로 공탁한 돈을 받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