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급증, ‘조국사태’가 기폭제… 재작년 26조원 사상 최대”

입력 2024-01-11 10:53 수정 2024-01-11 12:11
역대 정부별 사교육비 추이 및 주요 입시정책 변화 자료. 양정호 교수 제공

국내 초·중·고교 사교육비가 2022년 사상 최고치인 26조원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국 사태’가 벌어진 뒤인 2020년부터 사교육비가 6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11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등이 주최한 교육현안 연속 세미나에서 2022년 사교육비가 26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양 교수 발표에 따르면 2007년 20조원이었던 사교육비 규모는 2009년 21조6000억원까지 올랐다가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5년 17조8000억원까지 내렸다. 2009년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따른 정시 기능 약화와 2012년부터 시행된 ‘EBS 학습지 연계 70%’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후 2018년까지 20조원 미만을 유지하던 사교육비는 2019년 21조원대로 올라선 뒤 2021년 23조4000억원, 2022년 26조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양 교수는 정시 비율이 해마다 바뀌는 등 입시 혼란이 지속된 데다 2019년부터 이어진 ‘조국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사교육비, 공교육비 부담지수 추이 및 주요 입시정책 변화 자료. 양정호 교수 제공

다만 학원보습비를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으로 나눈 ‘사교육비 부담지수’는 1990년 2.2에서 18년간 꾸준히 올라 2008년 정점(5.3)을 찍은 뒤 하락하는 추세다. 이명박정부에서 5.0이 깨졌고,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에는 3.4를 기록해 1999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양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현안이 교육 이슈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조국 사태는 핵심이 입시 문제이다 보니 정부 정책도 그에 맞춰 흔들렸다”며 “여기에 대통령이 갑자기 정시 확대를 거론하는 등 입시정책이 뒤바뀌며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입시제도는 되도록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사교육비가 팽창했는데도 부담지수는 낮아진 원인과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저출산 기조로 두 명 이상 자녀보다는 한 명만 낳아 기르는 경우가 급증했다”며 “소득이 오르는 상황에서 두 명에게 들어가던 사교육 비용이 한 명분만 발생하니 소득 대비 교육비지수는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사교육 시장을 타파하기 위해 ‘10대 카르텔’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정부 시절 핵심 관료들이 사교육 관련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통령비서실, 국무조정실, 교육부, 국무총리비서실 등의 주요 간부들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사교육 관련 주식을 보유했다. 정책 입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이 사교육 관련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 외 수능 출제를 둘러싼 카르텔과 퇴직 후 사교육 업체 임원으로 재취직하는 교육부 고위공무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사교육계 인사들이 정계·학계·시민단체 등으로 진출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AI(인공지능)·IB(국제 바칼로레아) 등 ‘미래교육’으로 지목되는 교육이 자칫 학원 배만 불려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