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앞에 있던 택배 물품을 무단으로 가져간 이웃이 되려 “물건을 무방비 상태로 장시간 밖에 방치한 게 잘못”이라는 태도를 보인 사연이 공개돼 누리꾼의 빈축을 사고 있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절도녀와 나눈 대화’를 첨부한 사진과 함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난해 10월 중순쯤 문 앞에 둔 생수 다발이 없어져서 건물 측에 CCTV 확인을 의뢰하니 옆집 여자가 새벽에 들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다음 날 찾아가 ‘혹시 새벽에 생수를 가져가셨는데 착각하고 가져간 것 아니냐’고 좋게 얘기했다”며 “그분은 계속 자기가 (가져간 게)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결국 글쓴이는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기관의 결과도 같았다. 글쓴이는 “(여성은) 경찰의 출석명령 3회도 불응했다”며 “어제 새벽부터 경찰 두 분이 작은 낚시의자에 기대면서 대기하다가 집 앞에서 (여성에게) 수갑을 채우고 체포해 갔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글쓴이에 따르면 여성은 경찰서에서 결국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직접 사과를 하고 싶다며 글쓴이의 휴대전화를 알려달라고 경찰에 부탁했다. 경찰은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번호를 전달했다.
글과 함께 첨부된 사진에는 글쓴이와 여성이 나눈 대화가 담겨 있었다. 여성은 오전 3시40분에 문자를 보내 “생수 금액과 계좌번호를 보내 달라. 번거롭게 해 죄송하다”며 “적은 금액이지만 이틀 내에 입금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본 글쓴이는 화가 났다. 기껏 사과한다고 해서 번호를 알려준 건데 이른 새벽에 연락한 것이 무례하게 느껴졌다. 그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려 했는데 새벽에 문자 한 통 보내서 이러는 게 맞는 건가”라며 “입장을 바꿔서 내가 당신의 택배 물품을 가져갔다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자만 딱 이렇게 보내면 또 어떤 기분이 들겠냐”고도 물었다.
그랬더니 여성은 “나라면 밖에 장시간 무방비 상태로 (물품을) 방치해둔 내 잘못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내가 당당하다는 건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어 “‘문자 딱’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글쓴이는 글을 올리면서 “생수를 문 앞에 둔 것은 물품을 시켜놓고 퇴근 후 다른 지역에서 긴급 보수수리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합의할 생각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내 물건이 아니면 1년이든 10년이든 그곳에 그대로 둬야 정상 아닌가”, “법대로 처리해서 인생의 쓴맛을 느끼게 해야 한다”, “‘적은 금액이지만 이틀 안에 입금 드린다’는 대응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