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상으론 가능하지만”… 한강 女변사체 미스터리

입력 2024-01-11 09:52 수정 2024-01-11 11:30

서울 한강공원 한복판에서 가슴 부근에 칼이 꽂힌 채로 발견된 여성 시신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흉기를 직접 구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타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 같은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A씨 시신에서 나온 흉기는 그가 직접 경기도 이천 자택 근처에서 당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경찰·소방당국은 지난 6일 오후 8시7분쯤 서울 올림픽대교 인근 한강공원에서 ‘한강에 사람이 빠져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구급대원들이 바로 A씨를 인양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당일 오후 자택을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향한 뒤 오후 7시30분쯤 한강공원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발견 당시 A씨 시신 가슴 부위에는 흉기가 꽂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타살됐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집을 나서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타인과 이렇다 할 접촉이 없었고, A씨가 한강공원을 들어선 시각부터 신고가 접수된 때까지 사건 장소에 드나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시신 부검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난 8일 A씨 사인을 ‘가슴 왼쪽 자창에 의한 장기(폐) 과다 출혈’이라는 1차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자창’은 날카로운 물체에 찔려 생긴 상처를 뜻한다.

경찰은 “국과수 소견은 타살 여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의 것”라며 “누군가 의도적으로 상처를 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사건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은 ‘미스터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람이 자기 자신을 흉기로 찌르고자 하는 아주 강력한 의지를 가져도 정작 관통상을 입을 정도로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며 “통상 ‘주저흔’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론적으로는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지만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경찰 발표를 종합하면 평범한 여성이 자기 자신을 찌르고 물에 들어갔거나 물에 들어간 다음 찔렀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양쪽 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만약 자기 자신을 해쳐야 한다는 망상 등 정신병력이 있었다면 순간적으로 그런 괴력을 냈을 수 있다. 대중이 사건을 납득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조금 더 종합적인 설명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