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에 대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공식 승인했다. 전날 엑스 계정 해킹 사태로 상장 승인 관련 ‘가짜뉴스’ 사태를 초래한 지 하루 만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그레이스케일, 블랙록, 피델리티,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등 11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SEC는 상장지수펀드를 뜻하는 ETF 대신 ETP 용어를 사용한다. 이날 SEC 승인 결정에 따라 앞서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부터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낙관해 왔다. 지난해 승인 신청을 거부당한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결정 재검토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도 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승인처분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한 결과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게 지속가능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암호화폐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암호화폐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펀드 투자 형태로 접근할 수 있어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변동성 등의 이유로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됐던 암호화폐 업계가 반등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승인은 주류 금융 기관이 디지털 통화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로 환영받았다”며 “지난해 가을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60% 이상 급등했다”고 언급했다.
SEC는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냈다. 겐슬러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위원회 조치는 비증권 상품인 비트코인을 보유한 ETP에 국한돼 있다”며 “비트코인 자체를 승인하거나 보증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치가 연계된 상품과 관련한 무수한 위험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CNN은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가격 변동성이 커서 투자자에게 위험을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시장은 전날 SEC의 엑스(X) 계정에 “SEC가 ETF를 승인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대혼란을 겪었다. SEC는 곧바로 “계정이 해킹됐다. 승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혀 가격 폭락이 발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