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최근 제기된 북한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의 군사적 협력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 때 북한산 무기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양측이 직접 거래를 나선 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과 하마스의 군사적 연계 가능성에 대해 “어떤 군사적 협력이 있다는 조짐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않다”며 “그와 관련해 확인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군이 압류한 하마스 무기 중 한글 표기가 식별되는 F-7 로켓유탄발사기(RPG)의 기폭장치 부품 사진을 토대로 북한 무기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8일 해당 보도에 대해 “동일하게 판단한다”고 설명하고, 하마스가 사용한 F-7 로켓 중 한글 표기가 식별된 부품의 위치를 원으로 표시한 사진도 공개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하마스 등을 대상으로 무기를 제공한 규모와 시기에 관해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축적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출처 보호 및 외교 관계를 고려해 제공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중동 무장 세력과 불법 무기를 거래한 정황은 과거에도 포착됐다. 태국 당국은 2009년 12월 급유를 위해 방콕 공항에 들른 북한 화물기에서 35t 규모의 재래식 무기를 확인하고, 해당 무기가 이란으로 향하려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호주 구사자문기업인 무기연구서비스(ARES) 엔알 젠젠 존스 국장은 이런 정황을 들어 하마스가 이란을 통해 북한제 무기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도 VOA 보도에 대해 “북한은 이란과 시리아를 포함해 이 지역에 무기를 판매한 오랜 역사가 있다”며 “북한산 무기가 하마스로 이전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이란 등과 불법 거래한 무기가 하마스로 흘러갔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문제 및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 북한과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왔다”며 “우리는 이를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이를 통해 군사적으로 얼마나 이득을 보고 있는지 구체적인 증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에 북한 탄도미사일을 사용해 어떤 이익을 얻고 있는지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