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사건 10여건 멋대로 덮은 경찰관…재판행

입력 2024-01-10 17:58
국민일보 DB

멋대로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한 현직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해당 경찰관은 상관의 계정을 도용해 고소·고발 사건 반려를 ‘셀프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지검은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제주경찰청 소속 A경사를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사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임시 접수된 사건 10여건을 고소·고발인 동의 없이 반려 처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범죄가 성립되지 않은 고소·고발 사건은 고소·고발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반려할 수 있었지만, A경사는 이를 어기로 임의대로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A 경사는 팀장 ID를 이용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몰래 접속, 반려 결재를 스스로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A경사의 범행은 2021년 그가 병가로 자리를 비운 사이 업무를 대신한 수사관들이 뒤늦게 사안을 인지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제주경찰청은 A경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고 이후 직위해제했다. 2022년 4월 검찰에 A경사를 송치하고, 같은 해 7월 ‘강등’ 징계 처분을 내렸다.

제주경찰청은 이후 A경사의 반려 처리 사건 10여건을 재조사했다. 그 결과 A경사가 반려한 사건 중 사기 사건 7건은 피의자 혐의가 인정돼 검찰로 송치됐다. 개별 사건 최대 피해 금액은 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7월 A경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A경사는 처리해야 할 사건이 많고 업무가 부담돼 사건을 조작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로부터 대가를 받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수사기관에서 일부 고소·고발장 접수를 부당하게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지난해 11월부터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할 수 없도록 고소·고발장 접수를 의무화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