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수술 후 돌연사한 8세 아들… 병원 “CCTV 없다”

입력 2024-01-10 15:46
KBS 캡처

서울의 한 안과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8세 아이가 마취 부작용으로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병원은 CCTV 영상을 공개하라는 유족에게 ‘녹화가 되지 않아 영상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한 안과에서 임모(8)군이 안검하수(눈꺼풀 처짐증) 수술을 받다가 갑자기 응급실로 옮겨진 뒤 사망했다고 KBS가 보도했다.

전신마취 부작용인 ‘악성고열증’ 증세를 보인 임군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상태가 악화돼 결국 나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유족 측은 수술 1년 전부터 수술 날짜를 잡았고, 수술 2주 전쯤 시행된 사전 검사에서도 아무런 특이사항이 없다고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유족은 임군이 세상을 떠나게 된 정확한 경위를 알고 싶어 수술 당시 CCTV 영상을 병원에 요구했지만 병원은 “그 당시에 그 수술방하고 다른 방에 녹화가 좀 안 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KBS 캡처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의료법 개정안은 전신·수면마취를 실시하는 수술실의 경우 반드시 CCTV를 설치하고 환자 요청이 있을 경우 수술 장면을 녹화하도록 돼 있다.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의료진은 수술 전 보호자에게 “수술실에 CCTV가 돌아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임군 유족은 병원이 수술 전 ‘CCTV 촬영 동의서’를 받아갔으면서도 촬영 영상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임군 유족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증거인멸 등 혐의로 병원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병원 내 수술실 CCTV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포렌식 작업을 펼치고 있다. 당초부터 CCTV가 녹화되지 않았는지, 혹은 녹화됐지만 병원 측이 의도적으로 유족에게 영상을 전달하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은 “내부 소통 문제로 녹화가 안 된 점은 인정하지만 의도적으로 녹화를 하지 않거나 영상을 지운 건 아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다만 병원 측이 의도적으로 CCTV 촬영을 하지 않았더라도 처벌은 강하지 않다.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CCTV 미촬영에 따른 처벌은 최대 벌금 500만원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사고 여부를 입증할 핵심 증거물인 CCTV 영상을 남기느니, 벌금 500만원을 납부하는 것이 수지타산에 맞는다고 여길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