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증상 갑상선 검진, 딜레마 빠지는 길”

입력 2024-01-10 13:26 수정 2024-01-12 16:26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9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원장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훈 인턴기자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사망자의 22.4%가 암으로 사망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암 관리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매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발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28일에도 2021년 암등록통계를 발표했다. 그런데 중앙암등록본부장을 맡고 있는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통계를 발표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불필요한 암을 찾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가 이미 2015년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 암 검진을 해야 할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서 원장이 언급한 갑상선암은 3년째 발생자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갑상선암은 2005년까지만 해도 1만2833명으로 5위에 그쳤지만 2012년에는 4만4798명으로 정점을 찍으며 1위에 올랐다. 이후 2만5576명(2015년)까지 떨어졌다가 2021년 3만5303명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 원장은 2014년부터 갑상선암 과다 진단의 폐해에 대해 알려왔다. 서 원장은 지난 9일 경기도 고양 국립암센터 원장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갑상선암 과잉 진단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9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원장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훈 인턴기자

-이례적으로 갑상선암을 콕 집어 “우리가 불필요한 암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갑상선암은 5년 상대생존율이 100.1%다. 이 말은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보다도 암에 걸린 사람의 생존율이 높다는 뜻이다. 암에 걸린 사람 생존율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하게 들리는가. 그런데 갑상선암 환자가 한두 명이면 모르겠지만, 갑상선암은 우리나라 암 발생자수 1위다. 이 원인을 찾고 해결법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갑상선암 과잉 진단의 원인은 무엇인가.
“전 세계 어떤 갑상선 관련 학회도 증상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갑상선암 검진을 하도록 권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을 너무나 많이 받는다. 건강검진은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검사를 해서 조기에 병을 찾아내 더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근거 있는 검진만 하면 좋은데 근거 없는 검진도 많다는 것이다.

갑상선암 발견건수를 늘리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갑상선 초음파를 무료로 해준다고 하면 갑상선암을 10~20배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들 대다수는 본인이 갑상선암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근거 없는 검진’의 피해란 무엇인가. 증상이 없더라도 갑상선암을 발견하면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갑상선암은 생존율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것이다. 가령 증상이 없었는데 검진에서 갑상선암이 발견된 환자가 있다고 해보자. 그 사람은 어떤 일을 겪게 되겠나. 대부분의 경우 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갑상선암이 있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살았을 텐데, 그는 병원에 가게 되고 수술하라는 권유를 받게 될 것이다.

단지 의료비만 드는 게 아니고 수술을 받고 흉터가 남고 ‘암환자’ 딱지를 얻는다. 갑상선을 절제하는 과정에서 부갑상선이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갑상선 수술 이후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빠질 수 있는데, 이 경우 평생 동안 약을 먹고 검사하면서 살아야 한다.

2021년 기준으로 갑상선암 환자가 3만5000명이 검진됐고 3만명이 수술을 받았다. 발견된 사람의 86%가 수술했다는 얘기다. 어떤 사람들은 ‘초음파 검사하는 게 무슨 피해냐’라고 한다. 그러나 갑상선암을 찾아내는 순간 확률적으로 86%가 수술을 받게 된다.”

-그렇게 위험도가 떨어지는 암이라면 수술을 하지 않으면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가 수술하지 말자고 권했을 때도 몇 달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며 암이 커지는지 지켜봐야 할 수 있다. 수술을 받지 않는 나머지 14%에게도 고통이 따른다는 것이다. 결국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 자체가 딜레마에 빠지는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갑상선암에 대한 검진과 수술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부분이 말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사람들에게는 마치 내가 의사들을 비난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걸 알아야 한다. 암환자를 만나서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는 건 의사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갑상선암 과잉 진단 문제에서 의사들에게도 책임과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생존율이 일반인보다도 높은데 ‘불필요한 수술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꼬이게 하는 게 하나 있다. 매년 갑상선암으로 350명 가량이 죽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갑상선암 대부분은 유두암이지만, 경과가 매우 나쁜 역형성암도 있다. 역형성암은 검진을 통해 찾아내도 완치가 쉽지 않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9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원장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훈 인턴기자

-혹시 모를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그렇다. 갑상선암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치료에 대해서 어떤 의견도 제시할 수 없다. 나는 갑상선암의 과다 진단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 치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갑상선에 증상이 생기면, 즉 목에 어떤 덩어리가 보이거나 만져지거나 삼킬 때 불편을 느끼면 당연히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이걸 꼭 써달라. 아무런 증상도 없을 때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이지, 암으로 진단받은 사람에게 ‘수술 받지 마라’ ‘치료 받지 마라’ 한 적은 없다. 사람들은 자꾸 내 메시지를 임의로 번역해서 받아들인다. 갑상선암 치료에 대해서는 환자와 의사가 상의해서 결정할 일이지, 내가 알지도 못하는 환자에게 그런 말은 한 적도 없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결국 과잉 진단은 환자 스스로의 문제인가.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면 과잉 진단이 발생하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무증상인 상황에서 갑상선암을 검진하는 것은 민간 검진에서 시작됐다. 민간 병원에서 검진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일반인들이 갑상선 검진을 받기 시작했다. 근데 그게 해롭다는 것이다.”

-민간 검진을 금지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런데 민간 사이 계약을 국가가 금지할 수 있겠나. 그건 당연히 어렵다. 해로운 사교육이 있다고 해서 국가가 사교육을 법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제를 당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현명한 국민의 선택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립암센터 차원에서 과잉 진단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생각은 없나.
“국립암센터가 이 문제를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달 28일 국가암등록통계를 발표할 때 이 부분을 강조했다. 지금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박종혁 인턴기자, 정리=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