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중인 아파트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져 6명의 근로자가 숨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가 2주기를 맞는다. 우여곡절 끝에 전체 아파트 8개 동의 전면 재시공을 전제로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답보상태라는 평가다.
화정아이파크 희생자가족협의회는 11일 오후 3시 사고현장 진입로 인근 주차장에서 붕괴참사 2주기 추모식을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되는 추모식은 각계 인사의 추모사와 추모 시 낭송 등으로 1시간여 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해 1주기 추모식은 사고현장인 201동 주변에서 열렸으나 올해는 철거공사로 인해 장소가 바꼈다.
담당 지자체인 광주 서구 역시 이번 주를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청사 1층에서 어린이 안전 염원 포스터 전시회와 추모의 글을 적어 걸어놓는 희망 메시지존을 운영하고 있다.
참사 이후 2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등에 파묻힌 건설 근로자 6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던 사고현장은 그날의 흔적이 여전하다. 유족들은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후진국형 참사’로 가족을 잃었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민들도 마찬가지다.
2021년 6월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인근 시내버스 정류장을 덮쳐 9명이 숨지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불과 7개월여 만에 끔찍한 붕괴참사를 다시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개 사고현장의 시공사가 같아 시민들은 이윤 추구에만 눈이 멀었던 건설업체의 만성적 ‘안전 불감증’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붕괴참사가 발생한 이후 건설현장 안전사고에 대한 지속적 주의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지만 첫 단계인 참사 책임자들에 처벌은 솜방망이에 머물고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참사 원인 규명에 나선 광주경찰은 전담수사본부를 꾸려 붕괴참사 주요 원인을 ’데크플레이트’ 방식의 무단 공법 변경과 하부층 동바리(수직하중 지지대) 철거, 콘크리트 강도 미흡 등으로 결론 내렸다.
수사결과를 토대로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 직원 등 공사관계자 21명(중복송치 1명 제외·6명 구속)을 검찰로 넘겼으나 재판은 3년째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11월 불법 재하도급 업체 대표 2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뿐 나머지 20명에 대한 처벌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다음 달 19일 35번째 재판이 다시 열리지만 지루하게 이어지는 법정 공방에서 시공사와 하청업체 등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하다.
사고 아파트는 철거 범위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거쳐 전체 8개 동에 대한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 결정돼 지난해 7월부터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전체 8개 동 가운데 101동과 203동은 현재 12개 층의 철거를 마쳤다. 시스템 비계가 설치 중인 204동을 제외한 나머지 동은 4~10개 층이 철거된 상태다. 무너진 201동은 가장 나중에 철거될 예정이다.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고층 아파트 38~23층 16개 층 바닥 상판이 느닷없이 와르르 쏟아져 내린 것은 2022년 1월 11일 오후 3시 46분.
창호·미장·소방설비 공사를 하던 하청업체 근로자 6명은 느닷없이 쏟아져 내린 콘크리트와 철 등 붕괴잔해에 깔려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참사 29일 만인 2월 8일 마지막 매몰자가 수습돼 긴급구조통제단이 활동을 마칠 때까지 투입된 구조대원만 연인원 1만 6500여 명에 달한다.
그만큼 국민적 공분을 샀던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는 부실시공으로 인한 중대 재해는 결단코 막아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그런데도 아직 건설현장 곳곳에는 그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참사 당시 매형을 잃은 유가족 대표 안모씨는 “사그라지는 국민적 관심이 안타깝지만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2주기 추모식을 앞두고 희생자들을 기억해달라는 현수막을 걸어놨지만 아픔과 공허함은 달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