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판사가 사표 내며 남긴 말 “사또도 아니고”

입력 2024-01-10 05:16 수정 2024-01-10 10: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담당하던 서울중앙지법 강규태 부장판사가 최근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강 부장판사는 ‘재판 고의 지연’ 등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지인들과에 단체 대화방에서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진녕 변호사는 9일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 나와 강 부장판사가 서강대 법학과 동기 단체 대화방에 올린 메시지를 공개했다. 1971년생 동갑인 최 변호사와 강 부장판사는 서강대 법학과 90학번 동기다. 이 단체 대화방에는 40여명이 있다고 한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강 부장판사는 이날 이 단체 대화방에 “어제 주요 일간지에 난 대로 2월 19일자로 명예퇴직을 합니다. 일반적인 판사들의 퇴직 시점을 조금 넘겼지만, 변호사로 사무실을 차려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라고 근황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 대표 재판을 담당한 자신을 향한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강 부장판사는 “상경한 지 30년이 넘었고,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만데, 결론을 단정짓고,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합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참 원. 하여간 이제는 자유를 얻었으니 자주 연락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새해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남겼다.

동기들은 강 부장판사에게 ‘고생했다’며 격려하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본인의 고향(전남 해남)으로 오해받은 데 대한 서운함, 또 증인이 50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원님 재판’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의 재판장으로 재직했다. 이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심리를 맡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해당 사건을 심리해 왔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재직할 때는 잘 몰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발언이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2022년 9월 기소했다.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강 부장판사의 사직까지 맞물리면서 오는 4월 총선 전에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