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담당하던 서울중앙지법 강규태 부장판사가 최근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강 부장판사는 ‘재판 고의 지연’ 등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지인들과에 단체 대화방에서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진녕 변호사는 9일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 나와 강 부장판사가 서강대 법학과 동기 단체 대화방에 올린 메시지를 공개했다. 1971년생 동갑인 최 변호사와 강 부장판사는 서강대 법학과 90학번 동기다. 이 단체 대화방에는 40여명이 있다고 한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강 부장판사는 이날 이 단체 대화방에 “어제 주요 일간지에 난 대로 2월 19일자로 명예퇴직을 합니다. 일반적인 판사들의 퇴직 시점을 조금 넘겼지만, 변호사로 사무실을 차려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라고 근황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 대표 재판을 담당한 자신을 향한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강 부장판사는 “상경한 지 30년이 넘었고,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만데, 결론을 단정짓고,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합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참 원. 하여간 이제는 자유를 얻었으니 자주 연락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새해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남겼다.
동기들은 강 부장판사에게 ‘고생했다’며 격려하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본인의 고향(전남 해남)으로 오해받은 데 대한 서운함, 또 증인이 50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원님 재판’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의 재판장으로 재직했다. 이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심리를 맡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해당 사건을 심리해 왔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재직할 때는 잘 몰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발언이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2022년 9월 기소했다.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강 부장판사의 사직까지 맞물리면서 오는 4월 총선 전에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