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자에 민간 경호원 붙였더니…‘보복’ 멈췄다

입력 2024-01-1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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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등 보복 피해 가능성이 큰 피해자에게 민간 경호를 지원한 결과, 추가 범행이 이뤄질 뻔했던 사례 5건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지난해 6월 1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인천·경기남부·경기북부청을 대상으로 스토킹·가정폭력 등 고위험 범죄 피해자 98명에게 민간경호 지원 사업을 시범 운영했다. 경찰청과 계약한 민간 경비업체 소속 경호원 2명이 하루 10시간, 최대 28일 밀착 경호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비용은 전액 정부가 부담했다.

민간 경호를 받은 98명 중 스토킹 피해자는 55건, 가정폭력 11건, 교제폭력 9건, 폭행 및 협박 9건, 성폭력 7건, 기타 7건 등이었다. 여성 피해자가 91명(93%)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전 연인·부부 또는 현재 부부인 경우가 68건(69%)이었다.

민간 경호원이 경찰에 신고해 추가 피해를 막은 사례는 5건이었고, 이 중 가해자를 구속 또는 유치한 사례가 4건이었다. 지난해 9월 가정폭력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출소한 A씨는 아내와 이혼한 뒤 아내를 스토킹하다 민간 경호원의 신고로 구속됐다. 또 B씨는 알코올중독 재활 병원에서 퇴원한 뒤 또 만취 상태로 이혼한 아내의 식당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다 민간 경호원에 의해 제지돼 잠정조치 4호(유치)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들도 민간 경호에 호의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전원(87명)이 서비스에 만족했으며, 보복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느꼈다고 답했다. 민간 경호를 지원한 경찰관 80% 이상이 피해자 불안감을 해소하고, 추가 범행 저지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해당 사업은 서울 신당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추진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피해자가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한 경우, ‘(보복) 고위험성 체크리스트’에서 일정 점수 이상이 나온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등에 민간 경호를 시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25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예산 증액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