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438일만에 ‘이태원 특별법’ 통과…“대통령이 즉시 공포해달라”

입력 2024-01-09 19:55 수정 2024-01-09 22:03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9일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원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왼쪽 네 번째)과 유가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진상 규명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즉시 특별법을 공포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사 발생 438일 만이다.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이 특별법 가결을 선언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가족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흐느꼈다.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도 있었다. 본회의가 끝난 후 퇴장한 유가족들은 국회 밖에서 기다리던 다른 유가족들과 만나 악수를 하고 포옹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자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병주 기자

그동안 특별법 처리는 정쟁 속에 여러 번 연기됐다. 지난달 20일과 28일 처리가 예고됐지만,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연달아 상정이 미뤄졌다. 유가족들은 매서운 영하의 날씨에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을 앞두고 집단 퇴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이날 오후 5시 본회의에서 야당의 수정안을 재석 177인 중 찬성 177표로 통과시켰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본회의 통과 후 국회 본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특별법 통과를 함께 해주신 많은 시민분들께 참으로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에서 여당이 또 한 번 유가족들을 외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기에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법안을 단독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거부하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유가족들의 소망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상정된 가운데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복남 민변 이태원 참사 태스크포스(TF) 단장도 “비록 여야협의로 통과되진 못했으나 여당의 주요한 요구를 반영한 안이기 때문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지 말아달라”며 “159명의 희생자 앞에서 더 이상 정쟁이라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통과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 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일부 반영해 특조위 가동 시기는 총선 뒤로 미뤘다. 또 여야간의 쟁점이었던 특조위의 특별검사(특검) 요구 권한도 삭제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가 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본회의 통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적 조사 기구 설립으로 진상을 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조위는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으로 꾸려진다. 특조위원은 국회의장이 참사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추천한 3명, 여야에서 각각 추천한 4명씩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 여당, 야당은 상임위원을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위원장은 상임위원 중 특조위 의결로 선출된다.

특조위 직원 정원은 60명이다. 필요할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 파견을 요청할 수 있으며 활동 기간은 1년 이내지만 필요하면 3개월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최대 1년 6개월간 활동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