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9일 처음 입성한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저의 비례의원직 승계가 최소한 지난 미투운동이 촉발한 사회적 분노를 다시 기억하고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 본회의 인사말에서 “남은 임기 동안 제가 의미 있는 의정활동을 하지 못할 걸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허은아 전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이날 승계했다. 김 의원은 과거 테니스 선수 생활 시절에 코치에게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혀 ‘체육계 미투 1호’로 불렸다. 당시 김 의원의 폭로는 체육계 미투 운동이 촉발되는 계기가 됐다.
김 의원은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건 체육계 미투뿐 아니라 사회 여러 곳에서 분출된 미투운동에 따른 국민 여러분의 분노와 동료시민으로서 미안함 때문이었다”며 “저는 아프다고 살고 싶다고 소리쳤고, 국민 여러분께선 제 목소리를 들어주고 함께 분노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제게 묻는다. 왜 몇 개월도 남지 않은 국회의원 되려고 하는지를. 그리고 제게 다시 묻는다. 지난 5년 전 미투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 무엇이 달라졌느냐”며 “일부 가해자 처벌 외에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어떤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나. 사회적 약자 보호와 존중이란 사회적 인식의 근본적 전환이 있었는지 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계신 선배 동료 의원께서는 어떤 변화 이뤄졌는지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김 의원은 “저의 국회의원직 승계가 그래도 잠시나마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함께 분노한 적이 있음을, 우리 목소리가 외면받지 않은 적 있음을, 지금도 고통받는 사회적 폭력 피해자들께서 기억하시고 지속적으로 소리칠 수 있는 계기 되길 소망한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저는 국가와 국민 여러분께 요구한다”며 “우리들의 요구에 익숙해지지 말 것 요구한다. 불편함을 느끼고 외람되지만 죄책감을 느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청년 인재로 영입됐고, 미래통합당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3번을 배정받았다. 그의 임기는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5월 29일까지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