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승계 김은희 “왜 국회의원 하냐고? 미투 분노 기억되길”

입력 2024-01-09 16:42
김은희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사말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 9일 처음 입성한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저의 비례의원직 승계가 최소한 지난 미투운동이 촉발한 사회적 분노를 다시 기억하고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 본회의 인사말에서 “남은 임기 동안 제가 의미 있는 의정활동을 하지 못할 걸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허은아 전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이날 승계했다. 김 의원은 과거 테니스 선수 생활 시절에 코치에게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혀 ‘체육계 미투 1호’로 불렸다. 당시 김 의원의 폭로는 체육계 미투 운동이 촉발되는 계기가 됐다.

김 의원은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건 체육계 미투뿐 아니라 사회 여러 곳에서 분출된 미투운동에 따른 국민 여러분의 분노와 동료시민으로서 미안함 때문이었다”며 “저는 아프다고 살고 싶다고 소리쳤고, 국민 여러분께선 제 목소리를 들어주고 함께 분노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제게 묻는다. 왜 몇 개월도 남지 않은 국회의원 되려고 하는지를. 그리고 제게 다시 묻는다. 지난 5년 전 미투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 무엇이 달라졌느냐”며 “일부 가해자 처벌 외에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어떤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나. 사회적 약자 보호와 존중이란 사회적 인식의 근본적 전환이 있었는지 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계신 선배 동료 의원께서는 어떤 변화 이뤄졌는지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선서하는 김은희 의원. 연합뉴스

김 의원은 “저의 국회의원직 승계가 그래도 잠시나마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함께 분노한 적이 있음을, 우리 목소리가 외면받지 않은 적 있음을, 지금도 고통받는 사회적 폭력 피해자들께서 기억하시고 지속적으로 소리칠 수 있는 계기 되길 소망한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저는 국가와 국민 여러분께 요구한다”며 “우리들의 요구에 익숙해지지 말 것 요구한다. 불편함을 느끼고 외람되지만 죄책감을 느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청년 인재로 영입됐고, 미래통합당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3번을 배정받았다. 그의 임기는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5월 29일까지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