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살인미수 피의자 김모(66)씨의 ‘변명문’에 대해 부산경찰청이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이 문서가 공개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은 김씨가 남긴 8쪽짜리 변명문이 수사자료에 해당해 전문이나 원본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변명문은 김씨가 이 대표를 공격한 이유 등을 담은 일종의 자술서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을 수사한 부산경찰청은 변명문을 공개하는 것이 수사기밀 누설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변명문의 내용도 문제다. 김씨는 이 문건에서 정치인을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해가며 거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을 향해 살인미수를 저지른 김씨 주장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경찰의 이 같은 태도에 민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범행 동기를 명백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변명문 공개가 필수적이라며 경찰을 압박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런 사건에서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고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히겠다며 다짐했는데, 이번에는 많은 가능성을 닫아 놓고 수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8쪽짜리 ‘변명문’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나 축소, 왜곡 시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테러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자가 있다면 공범임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는 걸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변명문은 김씨의 범행 동기를 담은 핵심 문건인 만큼 이를 공개하지 않고 사견 경위를 발표하기도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결국 경찰이 김씨의 범행 동기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만 변명문을 편집해 ‘일부 공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당적과 피의자가 쓴 ‘남기는 말’ 두 가지는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핵심”이라면서도 “(김씨 문건은) 압수물의 일종이므로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서 어느 단계에서 공개하는 게 좋을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