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태영건설을 향해 “추가 자구안에 SBS 지분 담보가 포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금 마련에 실패할 경우 SBS 지분을 매각해 이 사태를 해결하라는 의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태에서는 자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진정성 있는 추가안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지분 출연 시 경영권 보장 여부나 사재출연 규모에 대해 “오늘 오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지금까지 태영그룹이 보여준 모습이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상환 압박을 이기지 못한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현재 채권단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워크아웃은 금전적으로 한계에 몰린 기업이 도산을 피하기 위해 돌입하는 재무구조 개선작업이다. 주로 상환해야 할 대출금이 지나치게 많을 때 빚을 일정 부분 탕감해주거나 유예해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태영건설이 회생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들을 소극적으로 이행해왔다는 점이다. 태영건설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 입장에서는 워크아웃이 승인되면 빌려준 돈을 떼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 초기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890억원을 태영건설이 아닌 SBS 모회사 티와이홀딩스 연대 채무 상환에 썼다. 이 때문에 태영 측이 ‘SBS 살리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지난 3일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도 주요 ‘돈줄’인 SBS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워크아웃에 성실하게 임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강 회장의 이날 발언은 최악의 경우 태영건설이 SBS 지분을 팔아서라도 자금을 마련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태영그룹은 이날 티와이홀딩스 지분 활용 등을 포함한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