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다만 법 시행 여부와 관계없이 “용산에 개 200만 마리를 풀겠다”며 “마리당 200만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하는 육견협회의 반발은 넘어서야 할 숙제로 보인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처리했다.
제정안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이후 법안이 공포되면 3년이 지난 날부터 개 식용 금지와 벌칙 조항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2027년부터는 개고기 제조와 유통이 완전히 불법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이다. 대한육견협회와 상인회 등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방침이 생존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육견협회는 정부와 국회가 먹거리 선택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법 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법이 시행될 경우 영업손실 보상 명목으로 개 한 마리당 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들은 “특별법이 제정되면 개 200만 마리를 용산에 풀겠다”고 예고하며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
시위대는 당일 집회에서 “개 식용 금지 악법 추진을 중단하라” “개고기를 먹고 있는 1000만 국민과 축산 개 사육 농민과 종사자 100만명의 생존권은 보장받아야 한다” 등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실제로 개 100마리를 데려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풀어놓으려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축산업자에게 개체당 일정액을 현금으로 보상한 전례가 없고, 보상금을 늘리기 위해 식용 개를 기르는 이들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펴고 있다. 정부는 물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법 자체를 폐기하기도 쉽지 않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생존권투쟁위원장은 지난달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 부인은 (대선 당시) 내조하는 역할만 하시겠다 약속해놓고 계속 정치 행위를 하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특히 식용 개를 임기 내에 종식하겠다(고 말하는데), 있을 수 없는 정치 행위다. 한마디로 평가하면 천박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