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유와 우유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을 거치면서 국내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업체의 크림빵 가격이 과도하게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는 크림빵 가격 인상률이 평균 빵 가격 인상률을 크게 웃도는 데다 원유·우유 함유량을 표기하지 않아 가격 상승률의 근거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8일 국내 굴지의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업체가 원유·우유를 주재료로 하는 크림빵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24개구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크림빵 9종(국산 원유 사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업체들이 발표한 평균 가격 인상률보다 가격이 더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이 단체 물가감시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 시내 파리바게뜨 매장의 ‘후레쉬 크림빵’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1.4% 올랐다. 또 ‘달콤한 연유바게트’는 9.7%, 뚜레쥬르의 슈크림빵은 11.8% 각각 올랐다.
이는 두 업체가 지난해 발표한 평균 빵 가격 인상률인 6~9%를 상회한다. 지난해 원유·우유 가격 인상으로 빵을 비롯한 2차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는데, 이 중에서도 크림빵 가격이 유난히 많이 뛴 셈이다.
협의회는 두 업체에서 판매하는 크림빵에 원유 또는 우유 함량을 표시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함량 공시를 하지 않아 가격 상승률의 근거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국산 원유를 사용하는 크림빵 4개 종류의 원유 함유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뚜레쥬르 역시 원유 함유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협의회는 “건강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비춰 식품 표시가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는지 심각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