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사장’에 1억7000만원 소득세 폭탄… 법원 “무효 아냐”

입력 2024-01-08 17:17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일용직 근로자가 회사 대표자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도록 명의를 빌려줬다가 1억6700만원 상당의 소득세가 부과되자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A씨가 성남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등 부과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세무당국은 2018∼2019년 한 주식회사의 대표자로 등록돼 있었던 A씨에게 2021년 종합소득세 총 1억6736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회사의 실제 운영자인 B씨의 부탁을 받아 명의만 빌려줬을 뿐, 자신은 ‘바지 사장’에 불과하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이후 A씨는 과세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명의대여에 따른 법적 책임을 감수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A씨가 회사 대표자가 아니라는 것이 외관상 객관적으로 명백하지도 않다”며 “과세 처분이 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합의에 따라 명의대여가 이뤄졌기 때문에 명의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실사업자와의 합의 아래 이뤄진 명의대여는 탈세를 조장하는 행위로, 외부에서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 명의자를 실사업자로 보고 과세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회사 대표자가 아니라는 사정은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것”이라며 외관상 명백한 하자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득세 부과 처분이 무효가 아니라고 봤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