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 중 하나로 오프사이드 반칙이 꼽히고 있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이 도입되는 이번 아시안컵에선 한 끗 차이로도 오프사이드 여부가 가려질 수 있어 경기 흐름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8일 AFC에 따르면 오는 12일 개막하는 아시안컵에선 SAOT가 도입된다. 이 기술은 2022 카타르월드컵 때 도입됐는데 정확한 판독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AFC를 포함한 대륙 연맹 주관 대회에서 적용되는 건 처음이다. AFC는 SAOT 도입으로 더욱 정확한 판정과 함께 대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AOT는 경기장에 설치된 12개의 특수 카메라가 각 선수의 신체 움직임과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오프사이드를 가려낸다. 공에 부착된 센서는 초당 500번의 신호를 보내 위치를 알려준다. 오프사이드 판단이 내려지면 비디오판독(VAR) 심판실에 신호를 보내며, 주심이 최종 판단을 맡게 된다.
이 기술은 공과 선수의 위치를 ㎜(밀리미터) 단위까지 추적해 오프사이드를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 수비수보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하게 앞서도 오프사이드 반칙이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는 불과 몇 ㎜차이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올 시즌 이 기술을 도입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지난달 1골 1도움을 달성했던 슈투트가르트전에서 프리킥 때 헤더로 골문을 갈랐는데, VAR을 거쳐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골 하나가 무효 처리됐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6일 이라크를 상대로 최종 모의고사를 치렀다. VAR 판독 없이 진행된 평가전이었으나, 전반 29분 오현규(셀틱)의 득점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바 있다. 아시안컵 대회 기간에도 득점 후 오프사이드 반칙이 불리는 상황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클린스만호는 최정예 유럽파를 중심으로 한 화끈한 공격 축구를 내세우고 있다. 반대로 공격에 중점을 두는 만큼 오프사이드에 걸릴 확률도 적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상대 수비라인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플레이를 즐겨 하는 공격수들에게는 SAOT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호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6차례 오프사이드(리그 공동 2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 아스톤빌라전에선 세 차례 골망을 흔들고도 모두 오프사이드 선언을 받은 바 있다. 물오른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황희찬(울버햄프턴) 역시 9개(공동 12위)로 적지 않은 편이다.
물론 이득을 본 사례도 있었다. 한국은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2대 1 승리를 거뒀다. 당시 손흥민의 도움을 받은 황희찬이 결승골을 터뜨렸는데, VAR을 거쳐 이 플레이는 정상적이었다는 판단이 나왔다.
한편 AFC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시안컵을 빛낼 위력적인 골잡이 5명을 소개했는데, 황희찬이 포함됐다. AFC는 올 시즌 EPL 10호골을 달성한 황희찬의 활약을 언급하면서 “황희찬이 손흥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조규성(미트윌란) 등과 함께 상대 수비를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