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국가 전체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난제이다. 특히 농협은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어 이 위기를 누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숙명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필자는 이 지면을 빌려 농협이 ‘농촌살리기 범국민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농협의 주인은 농민조합원이다. 따라서 농협의 목적은 농민조합원의 실익을 증진하는 것이다. 농협이 조합원들의 협동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이 목적은 달성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협동은 협동조합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협동조합은 산업혁명 시기인 19세기에 유럽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동자, 농민 등 경제적 약자들이 자본을 가진 상인들의 폭리 횡포에 대응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 수단으로 협동을 생각했다. 협동은 경제적 약자인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공동으로 사업을 이용하는 일련의 공동행위이다.
세계적으로 농협과 생협 등 많은 협동조합들은 협동을 통해 독과점 시장을 더 공정하게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한국의 농협도 협동을 바탕으로 한 사업들, 즉 영농자재 공동구매와 농축산물 공동판매, 상호금융 사업 등을 활성화하면서 관련 시장을 더 합리적으로 개선하는데 큰 기여를 해왔다.
한국 농협은 서구의 농협과 다른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서구 농협은 품목을 중심으로 협동하면서 발전해 온 반면, 한국 농협은 농촌이라는 지역적 토대 위에서 협동의 기반을 다져 왔다. 한국 농협에게는 농촌 지역이 곧 뿌리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농촌의 모습은 어떠한가? 고령화가 심각하고 젊은 사람이 없다.
통계청에 의하면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이 절반에 달한다. 40세 미만은 불과 13%이며 20세 미만은 5% 수준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소멸위험에 처한 읍면동이 전체의 약 55%에 달한다. 대한지리학회의 한 논문에서는 전국의 면 단위 중 65%의 지역에서 1995년부터 2020년까지 25년간 계속 인구가 감소하는 등 과소화 현상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농협이 지난 62년간 농촌 지역을 토대로 쌓아온 협동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이제 농협은 농촌 살리기에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농촌살리기 범국민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하자. 농협의 사업들을 이 운동의 큰 틀 안에서 효과적으로 연계시키자. 그래서 농민조합원의 실익 증진과 지역 발전의 효과가 서로 배가될 수 있도록 최고의 시너지를 창출하자. 조합원과 농축협, 시군지부, 지역본부, 중앙회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여 지역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과감히 실천하자. 정부와 지자체, 농업인단체, 소비자단체, 유관기관, 기업 등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 이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추진하자.
농협은 농촌을 끝까지 지키는 ‘농촌 지킴이’이다. 지금 농협에 몸담고 있는 우리 세대는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의 농민조합원들에게 지속가능한 농촌과 농협을 물려줘야할 책무가 있다.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으로 농협이 잘 할 수 있는, 농협의 정체성에 맞는 ‘농촌살리기 범국민운동’이 적극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충남 동천안농협 조합장 조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