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부르고 춤까지 춘 목사…교회에 대한 엇갈린 시선

입력 2024-01-08 15:07


최근 CNN등 외신이 전한 영상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마이크를 든 남성이 ‘걸어 나가라’고 소리치자 랩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이 남성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강단 아래 군중에게 손짓합니다. 함께 춤추자고요. 그러자 사람들은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한 교회가 공연장에서도 볼법한 장면을 연출한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혹자는 ‘이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고개를 갸웃할 수 있겠지만,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않았습니다.

영상 속 장소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드림센터교회라고 합니다. 윌리엄 머피 담임목사는 지난 송구영신 예배에서 대중가요인 랩 두 곡을 틀었고, 성도와 함께 춤추었다고 합니다. 머피 목사가 선곡한 노래는 래퍼 Unk의 워크잇아웃(Walk it Out)과 힙합 그룹 Fast Life Yungstaz의 스웨크서핀(Swag Surfin')이었다고 합니다. 두 곡은 특유의 경쾌한 리듬으로 듣는 이를 들썩이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인터넷에는 당시 예배 장면을 담은 영상 여러 편이 올라와 있습니다. 담임 목사는 강대상 이러 저리를 다니며 흥을 돋우고, 성도들은 제자리에서 노래하거나 리듬을 탔습니다. ‘애틀랜타 교회의 새해 예배에는 스웨그가 흘러넘쳤다’는 설명이 영상에 붙어있지 않았다면 어느 힙합 가수의 공연장이라고 해도 깜박 속을 법합니다.

머피 목사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성경 속 앉은뱅이가 일어나 걸었던 기적을 떠올리며 힙합곡을 예배에 썼다고 했습니다. 또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오게 될 때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대중가요를 예배에서 튼 행동에 대해 항변하기도 했지요. 교회라는 공간을 감안해 랩 가사에 있는 비속어를 뺀 ‘클린 버전’을 예배에 사용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영상에는 “신선한 시도” “젊은 교회에 가보고 싶다”라는 긍정 의견이 많이 보였습니다. 한 네티즌은 “어떤 전략이든 간에 청년과 젊은 세대를 하나님께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독교인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며 반겼습니다. 드림센터교회에 따르면 이날 예배에서 150여 명이 결신했고 새로운 신도가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대중음악을 교회에서 틀어도 되겠냐는 지적 역시 만만치 않게 있었습니다. 목사가 흑인인 점을 언급하면서 비하하는 의견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요. 한 네티즌은 “이런 교회는 하나님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네요. 세속적인 음악이 예배에서 연주되는 것을 과연 하나님이 기뻐하실까요”라고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