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생태의 보고’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새해를 기념해 불꽃놀이를 개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공원 관리 책임자를 해임했다.
7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일간지 엘우니베르소와 라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산타크루스섬의 푸에르토아요라에서 하늘에 폭죽을 터뜨리는 신년 맞이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자치단체에서 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타크루스섬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행사에서 진행한 불꽃놀이 영상이 다수 게시됐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이런 대규모 불꽃놀이가 생물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불법 논란이 일었다. 이 섬은 각종 희귀 동·식물 보호를 위해 불꽃놀이가 엄격히 규제돼 있다. 2018년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소음을 내는 폭죽은 아예 금지가 되며, 무음으로 불빛만 내는 경우만 일부 허용된다.
특히 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최근 폐사한 바다 생물 사진까지 함께 공유되면서 비판 여론은 더 커졌다. 폭죽이 폐사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관리 책임자 후안 차베스는 “불꽃놀이 후 쓰레기와 잔여물 등이 있는지 곳곳에서 확인 작업을 했지만, 별다른 오염원은 없었다”며 “식물군 또는 동물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국은 또 폐사한 바다 생물의 경우 자연사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현지 여론은 ‘어떻게 불꽃놀이가 조용히 진행될 수 있냐’ 등의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에콰도르 환경부도 이번 논란을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일 공원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차베스를 해임했다.
에콰도르 환경부는 보도자료에서 “규정 위반 여부 등 이번 일과 관련한 전반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 살피고 있다”며 “갈라파고스섬 지역과 부근 해상에서의 모든 불꽃놀이를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