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환자 신장암 수술을 하다가 문제가 없던 췌장 일부를 절제한 병원 측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책정한 배상금보다 액수를 두 배 이상 더 올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항소 1-2부(재판장 박정운)는 신장암 환자 A씨(65)가 의료법인 길 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1심이 책정한 손해배상금 800만원을 1700만원으로 변경해 A씨에게 지급하라”고 길 의료재단에 명령했다.
A씨는 2018년 길 의료재단이 운영하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통해 좌측 신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담당 의사는 좌측 신장을 적출하는 수술 중 췌장 일부를 함께 절제했다. 당시 A씨의 췌장에는 암세포가 전혀 없었으나 이 수술로 췌장의 20~30%가 절제됐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A씨는 수술 나흘 뒤 복통을 호소했다. 그는 3개월가량 추가 시술을 받아야 했으며, 반복된 항생제 투여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A씨는 2019년 12월 “병원 측이 수술하면서 충실한 의료행위를 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민사 소송을 냈다.
병원 측은 “A씨의 췌장 손상은 수술의 일반적인 합병증”이라며 의료 과실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또 “좌측 신장 주변에는 여러 장기와 혈관이 있다”며 “의료진이 주의해 수술해도 가까이에 있는 (다른) 장기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댔다.
그러나 2022년 6월 1심 법원은 “수술 당시 의료진이 주의하지 않았다”며 의료 과실을 인정하고 A씨에 대한 손해배상금 800만원을 책정했다.
이후 A씨는 항소하면서 치료비 등을 추가해 손해배상금을 6100만원을 청구했다. 이는 1심 재판 때 청구한 2500만원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었다.
항소심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 의료진이 일반적인 의학 수준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