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지도부, 1조6000억 규모 예산 총액 합의

입력 2024-01-08 08:48 수정 2024-01-08 09:32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의회 지도부들이 2024 회계연도 예산안 총액 규모를 1조6590억 달러 수준으로 합의했다. 민주당이 취할 수 있는 최대치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경 정책 강화와 관련한 구체적 합의가 없고, 대규모 지출 삭감을 요구한 공화당 강경파 요구도 반영되지 않아 실제 의회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부처별 세출법안 12개 총액을 1조5900억 달러 규모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맺은 합의안을 준용한 것이다. 양측은 당시 부채한도를 2년간 인상하는 대신 2024 회계연도 지출을 동결하고, 2025년에는 최대 1%만 증액하기로 했다. 또 이면 협상을 통해 국내 비국방 부문에 690억 달러를 추가 지출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여야 합의에서 국방 예산은 8863억 달러, 비국방 예산은 7727억 달러로 총 1조6590억 달러 수준으로 맞춰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추가 예산은 국세청 예산 100억 달러 삭감, 미사용 코로나19 지원금 등 60억 달러 회수 등이 담겨 있다”며 “공화당 등이 국내 및 군사 지출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로 140억 달러를 요구한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슈머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공동성명을 통해 “비국방 재량 자금으로 7727억 달러를 확보함으로써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삭감을 요구한 재향 군인 혜택, 건강 및 영양 지원과 같은 주요 국내 우선순위를 보호 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불필요한 정부 셧다운을 막고 중요한 국가 우선순위를 보호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며 “의회 공화당원들은 정부 폐쇄 위협을 멈추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요청을 포함해 중요한 국내 및 국가 안보 우선순위에 자금을 지원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액 합의는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상·하원 세출위원회가 세부 지출 법안을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회는 오는 19일 4개의 지출 법안 통과를 위한 1차 시한을 앞두고 있다. 국방 관련 법안을 포함한 나머지 8개 세출법안 처리 시한은 다음 달 2일이다.

존슨 하원의장은 공화당에 보낸 서한에서 국세청 예산 삭감 등을 강조하며 “공화당이 지난 10년 동안 달성한 가장 유리한 예산 합의”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종 수준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원하는 만큼 지출을 줄이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당장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는 완전한 실패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합의는 급격한 예산 삭감을 바랐던 극우 공화당원들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국경 안보와 이민 문제는 새로운 예산 협상에 정치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