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경 발언 먹혔나…美 국경 위기 우려 확산

입력 2024-01-08 07:16

미국 대선 캠페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력한 반(反)이민 공약을 주도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강경 대응을 원하는 목소리가 여야 전반으로 확산했다.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국경문제를 대선 핵심 의제로 여겨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는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CBS 방송은 유거브와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지난 3~5일 성인 2157명 대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에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63%로 나타났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9월(55%) 조사 때보다 8%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응답자 대다수는 국경 상황이 위기(45%)라거나 매우 심각하다(30%)고 답했다. 특히 국경 상황이 위기라는 응답은 지난 5월 조사(38%) 때보다 7% 포인트 높아졌는데, 이런 변화 대부분은 민주당과 무소속 유권자들이 주도했다고 CBS는 설명했다. 민주당과 무소속 유권자들도 공화당원과 마찬가지로 국경 문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경 문제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정책 지지도는 이에 따라 32%로 최저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국경 문제는 공화당 선두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촉발한 대선 초기 전장(戰場)”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를 묻는 항목에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29%) 다음으로 이민자와 국경(21%) 문제를 꼽았다. ‘민주주의 상태’(18%)나 ‘총기 폭력’(10%) 등 바이든 대통령이 밀고 있는 의제는 그보다 관심도가 떨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가 미국 혈통을 더럽힌다’는 식의 강경 발언으로 반이민 정책과 국경 강화 정책을 홍보하며 관련 이슈를 주도해 왔는데, 유권자들도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화당도 국경 상황을 핵심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CBS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남부 국경에 불법 이민 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성했다”며 “그곳에는 인도주의적 재앙은 물론 국가 안보에 대한 큰 우려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CBS 조사에서 응답자 54%는 ‘각 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선 출마를 제한해야 한다는 답변은 46%로 나타났다. 법원이나 주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후보 자격 문제를 다루지 말고 유권자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