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물 끌어다 화장실 쓴다”…日 강진 피난소 상황

입력 2024-01-07 11:24 수정 2024-01-07 13:24
지난 1일 일본 노토반도 일대를 강타한 지진으로 주거지를 잃은 이재민들이 4일 이시카와현 아나미즈 대피소에서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노토(能登)반도를 강타한 지진으로 사망자가 100명을 넘었다. 피난소에서는 식수와 물자가 부족하고, 코로나19 전염병까지 확산하는 등 열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공민회관에 마련된 피난소에서 70명 중 10명이 전염병 의심 증상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5일 저녁부터 설사나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같은 현 아나미즈정(町)의 1피난소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 3명이 발생했다. 시가정 14개 피난소 중 3곳에서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환자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좁은 피난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마쓰모토 데쓰야 국제의료복지대 교수는 “피난소는 사람들 간 거리가 가까워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이 확산될 수 있다”며 “화장실을 통해 노로바이러스 같은 감염성 위장염도 문제가 되기 쉽다”고 요미우리에 전했다.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와지마시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뒤 땅이 갈라져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집단감염이 우려되지만 피난소는 상황이 열악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시카와현 노토정 피난소에서 의료 지원을 하고 있는 한 의사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격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위기감을 호소했다.

피난민들은 골판지로 칸막이가 쳐진 체육관에서 지내며 화장실은 수영장 물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4일 약 700명이 대피해 있는 노토정 피난소에서는 80대 여성이 탈수로 인한 쇼크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덮친 규모 7.6의 강진으로 4일 아나미즈마치의 건물이 무너져 있다. AFP연합뉴스

노토정 피난소에서 의료 지원을 담당하는 의사 요코보리 쇼우지씨는 “피난민들이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힘들어하고 있다”며 “허리띠를 졸라맬 정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1일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엿새째인 지난 6일 사망자는 110명으로 확인됐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