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의사회, 李 ‘헬기특혜’ 고발 예고… 野지지자 반발

입력 2024-01-07 10:26 수정 2024-01-07 16:16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흉기 피습을 당하고 헬기로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한 의사단체가 고발 의사를 밝혔다.

7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와 측근들을 상대로 고발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의사회가 주장한 혐의는 업무방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헬기 이용은) 한마디로 특혜라고 생각한다”며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고발의 핵심은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헬기를 탄 것이 적절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상태가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이었다면 부산대병원에서 바로 수술하는 것이 맞았고, 응급상황이 아니었다면 굳이 헬기를 탈 필요가 없지 않았냐는 비판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괴한에게 흉기 피습을 당한 직후 부산대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처치를 받았다. 하지만 혈관재건술 등 본격적인 외과 수술은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서울대병원으로 후송은 구급차가 아닌 헬기로 이뤄졌다.

여당과 일부 의료계 인사 사이에서는 이 대표의 헬기 탑승이 특혜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부산대병원이 외상 수술에 있어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방에 있는 병원이라는 이유로 헬기까지 타고 서울로 올라간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4년 연속 A등급을 받은 최종의료기관이다.

부산시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며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다.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부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4년 연속 A등급을 받은 곳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한국형 외상센터”라며 “이러한 의료기관을 뒤로한 채 굳이 구급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재이송한 것은 지역의료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를 심화시키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했다.

이 대표의 후송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서울대병원은 “부산대병원의 요청으로 수술을 준비했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해 부산대병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지난 4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반면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와 가족들 요청으로 전원했다는 입장이다.

야당 지지자들은 이 같은 의료계의 지적에 반발하고 있다. 친야(親野)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논리면 부산에서 진단받고 서울로 올라가서 치료받는 환자들도 전부 고소해야 하는 게 아니냐” “목에 칼을 맞은 환자를 의사가 고발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등 성토가 이어졌다.

서울대병원이 부산대병원보다 질적으로 낫기에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말도 나왔다. 한 지지자는 “서울대가 우리나라에서 뭐든 제일 잘하는 곳 아니냐. 어이가 없다”고 적었다. 다른 지지자도 “정작 의사들 본인도 위중한 상황이 되면 서울대 출신 의사를 찾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