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장관, 중환자실에 있었다…“바이든도 뒤늦게 알아”

입력 2024-01-07 09:35 수정 2024-01-07 10:02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수술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나흘간 입원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장관은 국방부 설명과 달리 중환자실에서 머물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오스틴 장관은 새해 첫날 군 병원에 입원한 후 중환자실에서 지냈다”며 “이는 국방부가 이전 공개했던 것보다 건강 상태가 더 심각했음을 시사한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오스틴 장관은 여전히 군 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업무는 재개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앞서 국방부는 전날 저녁 “오스틴 장관이 긴급하지 않은 의료수술 후 합병증으로 지난 1일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다만 오스틴 장관의 건강 문제가 무엇인지, 긴급하지 않은 수술이 무엇이었는지 등은 사생활이라며 설명하지 않았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언제 퇴원할지 확실하지 않지만 잘 회복 중”이라며 “캐서린 힉스 부장관이 오스틴 장관의 입원 기간 장관 업무를 대행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힉스 부장관은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백악관도 오스틴 장관의 건강상태를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늑장 공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오스틴 장관이 입원했다는 사실을 며칠 동안 알지 못했다”며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지난 4일 오후 늦게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종적으로 알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흘간이나 국방부 수장의 입원 사실을 몰랐던 셈이다.

이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오스틴 장관의 건강 문제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장관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을 뿐, 관련 내용을 언제 알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오스틴 장관의 입원 소식과 백악관에 대한 보고가 지연된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두 명의 의회 보좌관은 국방부가 오스틴 장관 입원 사실을 전날 오후 늦게까지 의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WSJ에 전했다.

WSJ는 “국방장관은 미국이 러시아와 이란, 중국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군대를 책임지고 있고, 대통령직 승계 서열 6번째 인물”이라며 “대통령이나 장관 등의 입원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성명 발표를 하는 게 관례였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기자단도 라이더 대변인과 크리스 미거 공보 담당 보좌관에게 서한을 보내 “오스틴 장관 입원을 5일 늦게 대중에게 알린 데 대해 분노한다”며 “중동에서 미군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안보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 시기에 미국 국민에게 국방부 최고 지도자의 건강 상태와 의사결정 능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오스틴 장관은 “대중에 적절한 정보를 더 잘 제공했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더 잘 하겠다”면서도 “제 개인적인 의료절차였고, 공개에 대한 제 결정에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해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올해 70세로,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41년간 군인으로 복무했다. 지난 2016년 은퇴했고 2021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