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현지에서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도록 연출한 이른바 ‘셋업(Set up) 범죄’(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범죄자로 몰아간 뒤 돈을 뜯어내는 방식) 일당이 석방을 미끼로 수억원을 뜯어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강두례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공갈·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총책 박모(64)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권모(58)씨에게는 징역 4년을, 김모(67)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캄보디아에서 60대 사업가 A씨를 대상으로 범행을 꾸렸다. A씨는 총책 박씨와 골프장에서 지난 2002년 처음 만나 함께 모임에서 골프를 친 ‘20년 지기’ 지인이었다.
이들은 권씨 주도로 A씨가 현지 여성과 성매매를 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다음 날 캄보디아 현지 경찰이 A씨와 권씨를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해 인근 경찰서로 압송했다.
하지만 이들을 체포한 현지 경찰은 현지 브로커를 통해 미리 ‘체포조’로 섭외된 인물이었다.
박씨는 다른 자금책을 통역으로 내세워 돈을 주지 않으면 캄보디아에서 장기간 구금될 것처럼 압박했다. 이들은 “징역 5년은 살 것 같다, 100만 달러를 주면 사건을 무마할 수 있을 거 같다”고 A씨를 꼬드겼다. 이에 A씨는 이튿날 13억원을 국내 계좌로 보내고 석방됐다.
일당은 귀국한 뒤 13억원을 작은 액면의 수표로 쪼개는 방식으로 현금화해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공범들과 사전에 역할을 분담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수단과 방법, 공범의 수, 피해액에 비춰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특히 박씨는 20년 이상 친구로 알던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총괄했다는 점에서 더욱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재산 피해 중 일부인 7억 5000만원은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