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법원행정처장에 천대엽 대법관…청백리·중립적 성향

입력 2024-01-05 15:56
5일 새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된 천대엽 대법관. 법원행정처 제공

조희대 대법원장이 새 법원행정처장에 천대엽(60·사법연수원 21기) 대법관을 임명했다. ‘조희대 사법부’가 나아갈 방향을 알리는 상징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5일 “천 대법관은 약 28년간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재판과 사법행정 업무를 담당해 왔다”면서 “적극적인 추진력과 소통·공감하는 화합의 리더십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일 적임자”라고 임명 이유를 밝혔다. 천 대법관은 오는 15일부터 법원행정처장직을 맡게 된다.

법원행정처장은 사법부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며 대법원장의 정책 추진을 보좌하는 자리로 대법관 중 한 명이 맡는다. 사법부에 대한 대법원장의 구상을 실무에서 구현하는 자리다. 앞으로 천 대법관도 재판 지연 문제 해결과 법관 충원 및 인사 제도 개선 등 ‘조희대표 사법개혁’의 실무를 지휘하게 된다. 재판 업무에 매진하는 원칙주의자라는 점에서 조 대법원장과 유사하다는 게 법원 내 평가다.

부산 출신인 천 대법관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관이 됐다. 2014년 고법부장으로 승진해 부산고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2021년 김명수 전 대법원장 제청으로 문재인 정부 때 대법관에 임명됐다. 대법관 재임 중인 2022년 1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배우자 정경심씨의 상고심을 맡아 징역 4년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관 임명 당시 공개된 재산은 2억7388만원으로 고위 법관 144명 중 ‘꼴찌’였다. 지난해 3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법관 143명 재산신고에서도 3억3450만원으로 최하위였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번이나 지내 6년6개월 근무하는 등 법리가 해박한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연구관은 대법관의 판단을 보조하는 주요 보직으로 이 자리에서 근무한 기간이 5년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재판연구관 근무 시절 월세 6만원 옥탑방에 혼자 살며 집과 직장만 오간 일화가 2021년 대법관 국회 인사청문회 때 언급되는 등 법원 안팎에서 청렴한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성향은 중도로 분류된다. 한 재경법원 부장판사는 “천 대법관은 실력을 갖추면서도 색깔이 없는 법관”이라며 “중립적이고 치우치지 않는 사법부 외양을 제시하는 데 있어 가장 설득력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2021년 5월 8일부터 약 2년8개월간 자리를 지킨 김상환 현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재판 업무로 복귀한다. 김 처장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천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한 적은 없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