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뼈 깎는 자구 계획” 뭇매 맞는 태영건설… 정부는 법정관리 대비

입력 2024-01-04 20:42 수정 2024-01-04 21:27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자구안을 두고 “오너 일가의 자구 계획”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알맹이 빠진 자구안 대신 채권단을 설득할 방안을 주말까지 마련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태영그룹이 이날 뒤늦게 내놓은 사재 출연 규모도 채권단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신년인사회를 열고 “태영 측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언급했는데 지금 채권단 입장에서 보면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전날 태영그룹이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과 주요 계열사 매각 방안 없는 ‘속 빈’ 자구안을 내놓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의 자구 계획이 ‘견리망의’(이익을 보면 올바름을 잊는다)라고도 했다. 그는 “부동산 호황기에는 시공과 시행을 도맡으며 1조원이 넘는 이익을 거둬 총수 일가 재산 증식에 기여했는데 손실이 나자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채권자 등이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아니라 오너 일가 자구 계획이라고 의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원장은 채권단 설득을 위해 필요한 자구안 마련 시한을 이번 주말로 못 박았다. 그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므로 주말을 넘기면 시간이 많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의견 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지난 3일 채권단 설명회에서 1549억원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지원과 계열사 에코비트·블루원 지분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채권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태영건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새로 내놓은 자구안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도 일부만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대부분을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채무보증 해소에 쓰면서 약속을 어겼다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태영그룹은 이날 오후 부랴부랴 484억원 규모의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채권단이 요구한 3000억원 이상의 출연금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출연금 중 416억원이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대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새롭게 내놓은 자금은 68억원에 불과하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잔액 259억원이 어제 태영건설에 지원됐다”며 “산은에 약속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지원이 모두 이행됐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워크아웃 실패 이후 법정관리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경제정책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갔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며 “건설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여러 검토와 대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김준희 강창욱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