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리기 나선 조선업계… 수주 목표 줄하향한다

입력 2024-01-07 06:02

대표적인 수주 산업인 조선업계가 ‘몸 사리기’에 돌입했다. 전 세계 신규 선박 발주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수주 목표를 줄줄이 낮춰잡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로 지난해 157억3700만 달러보다 약 14.2% 줄인 135억300만 달러를 제시했다. 지난해 달성한 수주액(223억2000만 달러) 대비로는 39.5% 줄어든 수치다. 2020년(117억5000만 달러) 이후 가장 낮은 목표치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별로 보면,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94억3700만 달러에서 올해 72억300만 달러로 수주 목표를 낮췄다. 현대미포조선도 37억 달러에서 31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6억 달러에서 32억 달러로 높여 잡았다. 이는 지난해 66억6000만 달러를 수주해 목표 달성률이 256.1%로 높았기 때문에 목표치를 현실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실적을 고려해 목표를 전년 대비 소폭 상향했다”고 말했다.

수주 목표를 발표하지 않은 다른 조선사들도 수주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목표(95억 달러) 대비 87%(83억 달러) 달성에 그쳐, 올해 목표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올해부터 수주 목표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69억8000만 달러 목표 대비 절반에(57.3%) 불과한 40억 달러 수주하면서 회사에서 비공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물량 확보에 치중한 목표성 수주를 지양하고, 기존과 같이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지속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목표치를 얼마나 낮추길래 비공개하는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조선사들이 수주 목표를 줄하향하는 것은 세계적인 신규 발주량 감소세와 맞물려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2900만CGT(표준선환산톤수) 규모의 선박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발주량 3850만CGT(추정치)보다 24.7% 감소한 수준이다. 2022년(5020만CGT) 발주량에 비해선 약 42.2%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조선사는 3년치 이상의 수주 잔량을 확보한 상태다.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수익성을 높이고자 올해 수주 목표액을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 자체가 낮아졌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조짐”이라면서도 “추세적인 하락보다는 ‘고점에서의 쉬어가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