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보호하라. 광주를 떠날 때까지 3시간 30여분 동안 철통같은 경호작전을 펼쳐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광주를 찾은 4일 오전 누문동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등에서는 삼엄한 경찰의 경호 활동이 전개됐다.
평소보다 배 이상 많은 300여 명의 경호 인력을 배치한 경찰은 한 위원장이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후 스크럼을 짜듯 그를 앞뒤로 에워싼 채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 위원장의 동선을 따라 사복요원까지 미리 곳곳에 배치한 경찰은 한 위원장을 태운 차량이 도착하는 곳마다 밀착 경호와 함께 ‘사람 장벽’을 만들어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이례적으로 한 위원장 지지자와 취재진의 접근도 차단했다.
광주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안방이라는 점에서 경찰은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경호에 동원된 경찰관들은 한 위원장이 방문하는 곳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대열을 갖춰 경계태세를 풀지 않았다.
기념탑 주변에서는 중년 여성들이 ‘한동훈 화이팅’을 외치며 한 위원장에게 다가서다가 국민의 힘 당직자들과 함께 “비켜주세요”라며 경찰 경호진이 길을 막아서자 돌아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먼저 일제강점기인 1929년 항일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 고개를 숙인 한 위원장은 방명록에 “2024년에, 1929년의 광주 정신을 기억합니다. 2024. 1. 4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한동훈 올림”이라는 글을 남겼다.
기념탐 참배를 마친 후에는 장동혁 국민의 힘 사무총장, 김형동 비서실장, 박은식 비대위원과 함께 독립운동기념관으로 발길을 옮겨 전시물 등을 관람했다.
이어 1980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안장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분향하기 위해 운정동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다수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잠시 혼란이 빚어졌다.
경찰과 국민의 힘 경호진이 뒤섞여 한 위원장을 직접 보기 위해 다가서는 사람들을 밀쳐내면서 “밀지 말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다른 한쪽에서는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고 항의하는 한 할머니가 소란을 피웠으나 경호 인력에 의해 곧바로 제압되는 장면이 펼쳐졌다.
한 위원장은 이에 여유를 잃지 않고 경호진 사이로 손을 내민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눴고 사인 요청에는 “조금 있다가(사진 찍어요)”라는 말로 응대했다.
그는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헌법 전문에 5·18정신이 들어가면 헌법이 훨씬 풍성해지고 선명해지고 더 자랑스러워질 것 같다"라며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처음 표명했다.
절차적 문제가 쉽지 않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5월의 광주 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이다. 저는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그 정신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당초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미뤄진 데 대해 해명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직후에는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일부 여성 지지자들의 사진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5·18민주묘지 방명록에는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 시민의 위대한 헌신을 존경한다. 그 뜻을 생각하며, 동료 시민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겠다’는 글을 적었다.
한 위원장은 물샐틈없는 경호 속에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 힘 광주시장 신년인사회 등 나머지 일정을 소화한 뒤 정오쯤 광주송정역에서 다시 KTX 열차를 타고 다음 일정이 잡힌 충북 청주로 떠났다.
광주 경찰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여파와 이를 계기로 한 모방 범죄를 우려해 경호 인력을 늘렸다”며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