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 ‘낙서 테러’의 죗값…“억대 복구비 모두 청구”

입력 2024-01-04 14:52
4일 오전 낙서 제거 작업이 거의 완료된 경복궁 담장 모습(위). 아래는 지난 12월 16일 경복궁 담장에서 발견된 스프레이 낙서. 연합뉴스

‘낙서 테러’로 훼손됐던 경복궁 담장을 복구하는 데 최소 1억원 이상이 사용된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낙서한 당사자들에게 복구 비용만큼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가유산 훼손 재발 방지 종합대책 언론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16일과 17일 각각 경복궁을 둘러싼 국립고궁박무리관 쪽문 주변 궁장(궁궐담장)과 영추문에서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 래커로 쓴 ‘영화 공짜’ 등의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총 8일간(12월 16~20일, 12월 26~28일) 진행된 낙서 제거 작업에 하루 평균 29.3인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와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의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들은 레이저 세척기와 스팀 세척기, 블라스팅 장비 등을 이용해 복구 작업을 했다.

장비임차와 소모품 비용은 총 2153만원으로 산정됐다. 여기에 복구에 투입된 인원 인건비를 합하면 총 복구비용은 약 1억원에 달할 것으로 문화재청은 보고 있다.

문화재청은 복구가 100% 마무리된 뒤 전체 복구비를 감정평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감정 후 피의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방침이다. 현재 경복궁 담장 복구율은 80% 수준이다. 동절기에 무리하게 작업할 경우 담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문화재청은 당분간 표면 상태를 살펴본 뒤 4월 이후에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진다면 2020년 문화재보호법 개정 이후 첫 사례가 된다. 이전에는 복구 명령을 내리거나 형사처벌이 주를 이뤘다. 2017년 9월 울산 울주군 언양읍성 성벽에 스프레이 낙서를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성벽 복원에는 약 2700만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10대 낙서자에게도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이 법리를 검토한 결과 10대에게도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상할 능력이 없는 경우 그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영추문 쪽과 고궁박물관 쪽 복구비용을 따로 집계한 후 각 낙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며 “이번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문화재 훼손에 대한 문화재청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유사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피의자들에게 문화재보호법 제92조 제1항에 따른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나올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