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올해 상반기에 한해 동결하겠다는 기조를 세웠다. 배달료 지원책도 가동하기로 했다. 가격이 급등한 대파나 과일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 지원도 강화된다. 침체된 내수 진작과 함께 여행 물가를 낮추기 위해선 숙박쿠폰·근로자 휴가를 광범위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상반기 3%대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을 2%대로 낮추기 위해 예산·세제를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 등 민생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운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4일 발표했다. 전년 대비 1조8000억원 늘어난 10조8000억원의 올해 물가 관리·대응 예산을 적재적소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민생을 국정 중심에 둔다”는 기조에 발을 맞췄다.
예산을 비롯해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가용한 카드는 다 쓰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은 연간 3.6%를 기록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것이다. 서민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하기 위해 일단 공공요금부터 옥죄기로 했다. 전기요금이나 대중교통요금을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물가 안정에 기여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경영평가 시 가점을 주는 유인책을 마련했다. 경영평가 점수가 오르면 직원들에게는 인센티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배달료 지원책도 가동한다. 예산 30억원을 들여 배달의민족 등 민간 배달 플랫폼과 협조해 오는 3월부터 배달료 할인쿠폰을 발행할 계획이다. 다만 배달료 지원 대상은 판매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한 ‘착한가격업소’ 지정 매장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6860곳인 착한가격업소를 연내 1만곳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과일·채소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세제 지원책을 동원하기로 했다. 바나나·망고 등 신선과일 및 가공과일제품 21종에 대해 관세를 면제·인하한다. 딸기 관세율을 현행 30%에서 0%로 낮추는 식으로 해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27% 관세율을 적용받는 신선 대파 역시 0%로 관세가 사라진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제품들의 가격을 인하하기 위한 조치다.
소비 회복과 여행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원책도 꺼내들었다. 우선 상반기 카드사용액이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증가할 경우 증가분에 대해 20% 소득공제를 적용키로 했다. 그만큼 연말정산에 유리해진다. 이와 함께 숙박쿠폰과 근로자 휴가지원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9만장을 뿌렸던 숙박쿠폰은 올해 45만장을 뿌린다. 근로자 휴가지원은 지난해 9만명에서 올해는 15만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대책도 덧붙였다. 고금리 대응을 위해 기 발표한 2조3000억원 규모의 이자 부담 경감책을 가동한다. 또 현행 8000만원인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소득 기준을 상향해 부가세 부담도 완화할 계획이다.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중장년 고용 재취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취업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연령대로 꼽히는 40대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통해 상반기 중 2%대로 물가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2.6%)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각종 대책의 체감도가 클 지는 미지수다. 일례로 과일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품목 중 하나인 사과는 이번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상반기에 억누르기로 한 공공요금이 하반기엡 동시 상승하면서 ‘조삼모사’가 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