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오너경영 60년만에 끝낸다…홍원식 회장, 대법원에서 패소

입력 2024-01-04 11:23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 5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하고 질타를 받은 뒤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홍 회장은 이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 오너 경영이 6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일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4일 확정했다. 한앤코는 2021년 5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이 같은 해 9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소송전이 시작됐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 측은 “임원 예우 등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서 계약이 무효”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홍 회장 측 주장이 일절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판결로 홍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한앤코에 넘겨야 한다. 남양유업은 1964년 홍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한 회사다. 이후 홍씨 일가가 오너 경영을 해 왔다.

하지만 2009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9~2010년 경쟁사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소송전을 벌였고, 2013년 본사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갑질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 1위였던 남양유업은 이때부터 매출 순위도 내려가게 됐다.

남양유업이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은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4월이었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허위 사실을 홍보하면서 전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홍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었다. 이후 한앤코에 지분을 넘기기로 계약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2년 넘게 소송전을 벌여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