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아끼려 매트 2개 겹쳐”…노부부 화재 참변 전말

입력 2024-01-04 05:38 수정 2024-01-04 10:21
3일 오전 5시 50분께 전북 남원시 산동면의 한 주택 화재로 80대 A씨와 그의 아내가 숨졌다. 사지는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온수매트와 전기매트. 연합뉴스

전북 남원 한 단독주택에서 한밤중 불이 나 노부부가 숨진 사고는 온수매트에 전기장판을 겹쳐 사용하다가 과열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불이 난 주택 내부에서는 난방비를 아끼려 한 듯 보일러를 틀지 않고 온수매트와 전기장판을 겹쳐 사용한 정황이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해당 난방용 전열 기기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온수매트에 전기장판을 깔고 그 위에 이불까지 덮으면 열이 축적돼 화재 위험이 높아진다는 게 소방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소방 당국은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위해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중증 장애인인 69세 아내와 거동이 불편한 83세 남편이 안방에서 잠을 자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이 마을에 40년 넘게 살았는데,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아내는 평소 이웃과 교류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오전 5시 50분께 전북 남원시 산동면의 한 주택 화재로 80대 A씨와 그의 아내가 숨지는 사고가 나 소방대원과 경찰관이 현장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화재 신고는 마을 주민이 했다. 새벽에 부탄가스가 ‘펑’ 하고 터지는 소리를 여러 차례 듣고는 119에 신고했다.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길은 이미 집안 전체로 번진 상태였고, 화재를 진압하다가 안방에서 불에 타 숨진 부부를 발견했다.

부부는 노인 일자리 등도 구하지 못해 기초연금과 장애 수당 등으로 지내왔는데, 동선을 줄이고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안방에서만 생활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 주민은 “몸을 움직이기 힘들면 주방까지 갈 힘도 없어서 안방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놓고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다”며 “난방비를 아끼려고 보일러도 안 켠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아침부터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