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레트로 열풍’… 고전 IP 재해석하는 게임사들

입력 2024-01-04 07:30 수정 2024-02-13 17:58
‘메이플랜드’의 인 게임 화면. 메이플랜드 운영 커뮤니티 제공

게임 업계가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 게임 제작에 푹 빠졌다. 최근 게이머들 사이에서 1990년~2000년대를 주름 잡던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전 지식재산권(IP) 재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게임사들은 오래된 IP를 게이머들의 니즈를 반영해 재해석하는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를 일부 삽입하면서 ‘겜심’을 자극하고 있다.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의 초창기 패치 버전을 구현한 ‘클래식 서버’의 등장은 온전히 게임 이용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물들이다.

‘메이플랜드’는 넥슨의 인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메이플스토리’의 초창기 버전을 구현한 일종의 미니게임이다. 이 게임은 2010년 메이플스토리 게임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빅뱅 업데이트’ 이전의 환경을 그대로 담았다. 넥슨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메이플스토리 월드’에서 지난 10월부터 서비스 중이다.

메이플랜드의 대표 이미지. 메이플랜드 운영 커뮤니티 제공

메이플랜드는 초창기 메이플스토리와 같이 과금 요소가 비교적 적고 사냥, 퀘스트 등 시간과 노력으로 재화 수급이 가능하다. 또한 당시 게이머들은 이동 수단이 부족해 넓은 월드 맵을 직접 발로 뛰어다녔는데, 그때와 같이 ‘모험하는 재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현재 메이플랜드는 동시접속자 6만명을 넘어설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의 초기 버전인 ‘와우 클래식’ 시리즈를 수년간 순차적으로 출시해 워크래프트 마니아를 불러모았다.

창세기전 IP 공식 이미지. 뉴노멀소프트 제공

라인게임즈는 1995년 출시했던 ‘창세기전2’ IP를 활용한 신작 모바일 시뮬레이션 역할수행게임(SRPG)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를 오는 9일 출시한다. 이 게임은 지난 11월 공개된 체험판에서 게이머들의 혹평을 받았으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현재는 사전 예약자 수 100만 명 돌파하면서 흥행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라인게임즈는 지난달 국내 게임 개발사인 뉴노멀소프트와 창세기전 IP를 활용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넷마블은 올 하반기에 PC·모바일 공상과학(SF) MMORPG ‘RF 온라인 넥스트’를 출시 예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RF 온라인 넥스트는 2004년 출시된 ‘RF 온라인’ 세계관과 연대기를 계승했으며 우주 전쟁을 배경으로 담은 게임이다.

'지스타 2022'에서 공개된 '환세취호전 온라인' 트레일러 일부 발췌. 넥슨 유튜브

넥슨은 연내 고전 IP를 활용한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1997년 PC로 출시된 ‘환세취호전’을 계승한 ‘환세취호전 온라인’을 슈퍼캣과 함께 개발 중이다. 환세취호전은 90년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역할수행게임(RPG)으로서, 맹호권을 사용하는 중년의 호랑이 권법가 ‘아타호’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앞서 넥슨은 1996년 국내 최초 PC MMORPG ‘바람의나라’를 활용한 ‘바람의나라: 연’을 모바일로 출시해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게임 2위를 기록하는 등 고전 IP 효과를 톡톡히 본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IP 파워가 있는 게임은 이후 이를 재해석한 게임을 개발할 때 기획 구상이 쉽다. 게이머들에게 이미 친숙하고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게임을 즐기는 연령층이 점점 높아지면서 구매력이 있는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소구점을 충족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