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한 캔에 8㎉인 음료가 있다. 이 음료 이름에는 ‘제로’가 붙는다. 엄밀히 ‘0’칼로리 음료가 아닌데도 ‘밀키스 제로’라고 이름을 붙였다. 소비자는 혼란스러운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제로 아닌 제로 음료’가 등장하게 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밀키스 제로의 영양성분에는 열량 8㎉가 표기돼 있다. 영양성분은 정확하게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름에 ‘제로’를 넣는다거나, 제품 포장에 ‘제로 칼로리’라고 적는 것은 문제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볼 수 있는데 위법은 아니다.
이런 상황은 식품표기법상 영양성분 표기와 포장디자인 표기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영양성분표에 0㎉로 쓰기 위해선 ‘제품 하나의 총 열량이 4㎉ 미만’이어야 한다. 반면 포장 디자인에 제로 칼로리를 쓰려면 ‘100g(㎖)당 열량 함량이 4㎉ 미만’이기만 하면 된다. 밀키스제로는 100㎖당 함량으로 계산하면 3.2㎉로 4㎉를 넘지 않아 이같은 혼란이 빚어졌다.
제품의 용량이 달라지면 칼로리 표기법은 더 복잡해진다. 250㎖짜리 밀키스 제로는 열량을 8㎉로 표기해야 하지만, 1.5ℓ짜리 대용량으로 만들면 영양성분에도 0㎉로 쓰는 게 가능하다. 같은 제품이라면 용량과 열량이 함께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데, 용량은 커졌는데 열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듯한 착시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또한 다른 기준 적용 때문이다. 현행법상 대용량 제품은 영양성분을 100g(㎖)당 함량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용량이 100g을 초과하고, 1회 섭취량의 3배를 초과할 경우 100g에 들어있는 양으로 표기할 수 있다. 이때 소용량 제품과 달리, 대용량 제품은 전체 용량이 아닌 100g당 함량만 4㎉를 넘지않으면 ‘0㎉’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식약처는 뜻밖에도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대용량 제품의 경우 나누어서 섭취할 수 있는 양에 대해 영양정보를 제공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로를 강조하는 건 제품의 총 영양이 아니라 ‘농도’를 표시하는 것이라 영양성분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적잖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3일 “열량 등 영양성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데 복잡한 제도 때문에 오해가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대용량 제품의 경우 총 함량을 병기하거나 100g당 열량을 정확하게 기재하도록 하는 등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